프로 선수의 덕목 중 하나는 '투지'다.
개인기량과 전력 외에도 반드시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런 정신력을 강조하는게 구태의연 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실력으로 평가를 받는 프로의 세계에서 올곧은 정신력은 백 번을 강조해도 모자란 덕목이다.
최근 강원FC의 경기력을 들여다 보면 프로라 부르기 무색할 정도다. 투지가 사라졌다. 리그 초반 강팀들을 애먹이던 경기력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툭 하면 쓰러지고 실점하면 시선은 땅을 향한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서 자신감을 잃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묻어나지 않는다는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23일 강원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2012년 K-리그 17라운드 뒤 강원 서포터스 나르샤가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은 것도 같은 이유다. 이들이 들고 나온 현수막에는 '김감독! 선수들! 팬들 가슴에 피눈물 납니다! 필사즉생(必死卽生) 정신으로 축구하세요!'라는 글귀가 씌여 있었다. 김남선 나르샤 회장은 "최근 강원 선수들이 치른 여러 경기에서 이기고자 하는 의지를 읽을 수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스승이 제자들의 총알받이를 했다. 김상호 강원 감독은 죄인이 된 양 고개를 숙였다. "팬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주어진 시간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 노상래, 신진원, 김범수 코치와 구단 직원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김 감독을 지켜봤다. 선수들은 버스 안에서 이 모습을 바라봤다.
강원이 당장 순위표를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승점차가 벌어지면서 단기간 내에 치고 올라가기 힘든 상황이 됐다. 부지런히 승점을 따야 중위권 도약을 바라볼 수 있다. 배효성, 김정주 등 부상한 주전급 선수들이 복귀하기까지 여전히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심영성 등을 영입하면서 선수층을 다졌으나, 팀에 적응할 시간을 감안해야 한다. 결국 기존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하면 반전은 요원하다.
올 시즌 K-리그의 화두는 '스플릿 시스템'이다. 정규리그 30경기 결과에 따라 상하위리그로 갈라서야 한다. 사상 첫 강등의 멍에를 쓰는 팀이 나오게 된다. 팀 개인 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주홍글씨처럼 남게 될 기록이다. 지금 같은 경기력이라면 강원이 주인공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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