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티모스(nostimmos), 노스티모스!"
척수손상으로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그리스인 드미트리씨(32). 낯선 이국땅에서, 그것도 병원 식단으로 나온 그리스 전통음식 '무사카'를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사카를 먹고 싶다고 했지만 설마 하는 마음이 컸던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그리스 음식을 먹고 나니 금방이라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맛 또한 일품이었다. 무사카를 한 입 베어 문 드미트리씨는 그리스어로 맛있다는 뜻인 '노스티모스'를 연거푸 외쳤다. 드미트리씨는 "고향서 먹던 무사카의 맛과 매우 비슷했다"면서 "무척이나 맛이 좋았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 환자들의 기호에 맞춰 이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기 위한 노력들이 호평을 얻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외국인 환자 전용 식단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이를 정리한 메뉴판을 발간했다고 27일 밝혔다. 한국을 주로 찾는 영어와 러시아어권 환자를 비롯해 최근 증가 추세에 있는 아랍어·몽골어·태국어권 환자까지 총 4개 언어로 만들어졌다.
이번 메뉴판 발간으로 외국인 환자들의 만족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병원측은 기대하고 있다. 호텔의 룸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환자들이 자기 나라의 언어로 쓰인 메뉴판을 통해 직접 자신들이 원하는 식단을 고를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외국인 환자 전용 메뉴판은 현재 환자용, 의료진용 두 종류로 나뉘어 병실에 비치돼 있으며, 나라별 메뉴와 제공시간, 주문 방법 등에 내용이 자세히 담겨 있다.
식단에 없던 '무사카', 이태원 식당에서 직접 배워 '고객 감동 실현'
메뉴판 발간과 함께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의 폭도 더욱 다양해졌다.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일반적인 서양식을 제외하고도 러시아나 몽골, 아랍, 태국 등 나라별 특성에 따라 총 40여 종의 식단이 이번 메뉴판에 담겼다.
여기에 더해 외국인 환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온콜(On-Call)' 서비스도 도입됐다. 외국인 환자들의 경우 대개 입국 후에도 시차 등으로 제 때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들은 메뉴에 따라 40분 전에만 음식을 주문하면 새벽 2시까지 음식이 제공된다.
뿐만 아니라 환자가 찾는 음식이 메뉴판에 없을 경우에도 이를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병원 임상영양팀에서 환자가 원하는 음식을 조리하는 곳을 직접 찾아 배우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 등 세심한 배려를 기울이고 있다.
드미트리씨가 '무사카'를 맛볼 수 있었던 것도 삼성서울병원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병원 임상영양팀은 드미트리씨가 식단에 포함되지 않은 '무사카'를 원하자 이태원의 그리스 식당을 직접 찾았다. 그리스 현지 그대로의 맛을 내기 위한 조리법을 익히기 위해서다.
조영연 삼성서울병원 임상영양팀 팀장은 "외국인 환자들이 자기나라 식사를 먹으면서 고향에서 치료를 받는 느낌의 친밀감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치료를 받아 하루 빨리 완쾌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5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에서 상급종합병원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중증환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지난해 한국을 찾아 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1억원 이상을 쓴 고액 환자 27명 중 8명(30%)이 삼성서울병원을 선택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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