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KIA전이 열렸던 27일 잠실구장. 6-4로 앞선 KIA의 9회말 마지막 수비, 마운드에는 최향남이 서 있었다. 2사 3루에서 대타 최영진이 나섰다. 높은 공으로 초구 헛스윙을 유도했지만 공 2개가 잇달아 높게 들어와 2B1S. 느닷없이 선동열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걸어 올라왔다. KIA 팬 일부는 모처럼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선 감독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잘하고 있으니 신경쓰지 말고 네 공을 던져라"는 짧은 메시지를 전하고 내려갔다. 힘을 얻은듯 최향남은 1루수 쪽 약한 직선타로 경기를 마감했다. 송진우에 이어 두번째 최고령 세이브.
선 감독은 왜 마운드로 향했을까. 최향남은 오랜 공백을 깨고 막 복귀했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기 시작한 건 롯데 시절인 2008년 10월 이후 무려 3년 8개월여만이다. 게다가 5번째 경기만에 마무리라는 중책을 맡았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긴장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최향남은 "편안하게 던지려고 했는데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다. 조금 흥분을 했던 것 같다"고 실토했다. 최고 마무리 출신 선 감독은 투수의 공과 투구폼만 봐도 심리를 안다. 최향남의 높은 공을 보고 살짝 흥분 상태임을 간파했다.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투수 코치 대신 직접 벤치를 나선 건 갑작스럽게 마무리 중책을 맡은 현역 최고령 투수에 대한 예우 차원도 있었다.
최향남은 선동열 감독과 선수 생활을 함께 한 유일한 KIA 선수다. 감독이기 이전에 마음 속 깊이 존경하는 대 선배다. 불혹의 투수는 대선배의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 다소 흥분 상태였던 최향남은 경기 후 "감독님께서 올라오시길래 반가운 마음이 들더라. 이 경기의 중요성, 꼭 잡아야겠다는 감독님의 의지가 느껴졌다. 책임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최향남은 "지금 마운드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선 감독은 최향남에게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은인이다. 공 하나 하나가 보은의 역투인 셈이다.
선동열 감독은 최향남 마무리 결정에 대해 "힘있는 공을 던진다. 타자와 싸울줄 안다"고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이어 "사실 광주구장에서 처음 테스트할 때만해도 이만큼 해줄지는 몰랐다. 그야말로 복덩이"라며 웃었다. 선 감독의 이례적인 칭찬. 최향남은 받을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투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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