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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 감독 지시 어기고 칭찬받은 사연

by 최만식 기자
롯데와 한화의 주중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롯데 문규현이 홍성흔과 이야기를 나누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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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홍성흔은 넉살과 입담이라면 야구판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다.

그런 그가 오른쪽 늑골 부상 때문에 재활군에 내려갔다가 지난 22일 13일 만에 1군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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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그는 덕아웃에서 제법 조용했다. 양승호 감독이 농담을 걸면 1군에서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놔서 '감'을 잃어버렸다며 말솜씨를 숨겼다.

타고난 본능은 숨기지 못하는 법. 그랬던 그가 자신이 복귀한 날부터 팀이 연승에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28일 현재 7연승까지 내달리자 근질근했던 입을 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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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풀어낸 게 '개그 3종 세트'다. 최근 자신이 겪었던 3가지 황당사건을 늘어놓으며 좌중을 웃겼다.

먼저 1탄. 감독의 지시에 항명하고도 칭찬받은 홍성흔이다. 경기 중에 감독이 보낸 사인을 거절했다면 스포츠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대역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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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홍성흔은 예외였다. 문제의 숨은 장면은 지난 27일 한화전 1회에서 나왔다. 롯데는 이날 초반부터 득점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1-0으로 앞선 1사 1루 상황. 홍성흔의 차례다. 한화 선발 양 훈이 초반 난조를 보이며 연속으로 볼 3개를 던졌다.

볼카운트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 내친 김에 득점을 더 내고 싶었던 양 감독은 홍성흔을 향해 손뼉을 치며 타격을 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홍성흔은 능글맞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다는 것이다.

그래놓고는 양 훈이 4구째를 던지자 기습적으로 스윙을 했다. 하지만 파울. 이후 파울 2개를 더 친 홍성흔은 결국 볼넷으로 걸어나갔고 후속타자의 적시타때 홈을 밟았다.

이에 대해 홍성흔은 조원우 코치는 '기다려라'는 사인을 했다면서 현장에 있는 코치의 지시가 우선이라고 항명 이유를 댔다. 그러나 파울을 쳤으니 조 코치의 지시도 어긴 셈이다.

여기에 그럴 듯한 변명을 댔다. "감독님이 나를 불러 스윙 지시를 내렸을 때 상대 투수도 뻔히 보고 있었다. 그 때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면 수가 읽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적'들을 교란시키려고…."

양 감독은 이에 "역시 홍성흔은 머리가 비상해. 어떻게 했든 출루하고 득점까지 했잖아"라며 무릎을 쳤다.

두 번째 개그 시리즈는 '홍성흔의 굴욕'이다. 22일 1군으로 복귀한 날 후배 김주찬에게 당했다. 김주찬은 홍성흔에게 "형 없어도 우리팀 잘 돌아간다"며 슬쩍 약을 올렸다.

홍성흔은 이 말을 듣고 전의가 불타오르더란다. "벤치에서 박수를 열심히 쳤다"는 홍성흔은 28일 문규현이 1군으로 복귀하자 김주찬에게 당했던 '굴욕'을 그대로 안겼다.

"규현아, 잘 지냈냐? 근데 너 없어도 우리팀 연승타고 있다. 네가 오고 나서 연승 끊어지면 안되는데 애매한 시기에 온 거 알고 있지?" 덕아웃에서는 또 한바탕 폭소탄이 터졌다.

홍성흔의 개그 시리즈 마지막은 택시 운전기사 아저씨가 장식했다. 홍성흔은 28일 경기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택시를 탔다. 70대로 보이는 운전기사 아저씨는 열성적인 롯데팬이었다.

하지만 뒤좌석에 앉은 홍성흔을 알아보지 못했다. "야구장으로 가주세요"라는 홍성흔의 말에 같은 롯데팬인 줄 알고 "요즘 롯데 야구 잘한다"며 한참 칭찬을 하던 아저씨는 "오늘 박찬호가 등판한다던데 롯데가 그동안 많이 이겼으니 한 번쯤 지고 그래야 보는 재미도 있는거 아니냐"고 말했다.

여기에 홍성흔은 슬쩍 열이 받더란다. "그런 말씀 마세요. 우리가 지면 무서운 롯데팬들이 곱게 봐준 적 있습니까. 선수들은 한 경기라도 이기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하는데요"라며 선수들의 고충을 한참동안 설명했다.

그제서야 아저씨는 "혹시 야구 선수입니까?"라며 룸밀러를 흘깃 쳐다봤다. "네 제가 바로 홍성흔입니다"라는 대답에 "아이고, 내가 실수했네. 미안해요. 오늘 꼭 이기세요"라며 꼬리를 내렸단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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