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농구의 5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 끝내 좌절됐다.
한국 여자 농구대표팀은 1일(한국시각) 터키 앙카라 앙카라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패자 준결승전(5~8위전)에서 숙적 일본에 51대79, 30점차 가까운 대패를 기록했다. 이날 이겨야 이어 벌어지는 캐나다-아르헨티나전의 승자와 패자 결승전에서 마지막 1장 남은 올림픽 티켓을 노려볼 수 있었던 한국으로선 그 꿈마저 꺾인 것이다.
역대 최악의 한일전이었다. 중국에는 뒤져도 일본에게만큼은 한수위라던 자존심도 철저히 뭉개질만큼 최악의 졸전이었다. 경기 시작 후 초반 7분간 신정자의 중거리슛에 그친 사이 일본은 무려 23득점을 하며 2-23까지 끌려간 끝에 4-29로 1쿼터를 마치며 이미 기선을 제압당했다. 전반전 최종 스코어도 20-47에 그쳤다.
후반들어 반전을 노리기엔 한국 대표팀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벤치도 속수무책이었다. 한국이 22개의 실책을 거두는 동안 일본은 7개에 그칠 정도로 스스로 무너졌다. 한국 여자농구 특유의 조직력이나 스피드, 외곽슛 등 어느하다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린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서 개최국의 텃세를 부린 일본에 17점차 역전승을 거두는 등 최근 열린 경기에서만 5연승을 거두며 일본에 강했던 한국 여자농구는 온데간데 없었다.
선수들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고 경기 일정이 빡빡했지만 이는 한국에만 해당되는 경우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표팀 사령탑 선임에서부터 불거져 나온 대한농구협회의 코드 인사였다.
협회의 정미라 기술이사를 비롯한 몇몇 인사는 이전까지 3년간 대표팀을 이끌던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을 내치고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내심은 따로 있었다. 임 감독에게 대표팀 코치 자리를 부탁했지만 이를 거절당하자 이에 대한 앙심을 품고 감독을 교체했던 것.
이로 인해 협회는 농구계 안팎은 물론 여론으로부터 엄청난 질타를 받았음에도 그대로 밀어붙였고 이는 올림픽 탈락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신세계의 해체로 가뜩이나 뒤숭숭했던 여자 농구계로선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던 셈이다. 예고된 참사였던 것이다.
정 이사는 여론이 빗발치자 "왜 아직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미리 비난을 하느냐. 최종 예선 결과에 책임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이사를 비롯해 이번 대회 선수단 단장을 맡은 박소흠 부회장 등 협회 관계자들은 올림픽 5회 연속 진출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던 한국 여자농구의 희망을 밟아버린 책임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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