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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서장훈 더이상 '까칠남' 아니었다"

by 최만식 기자
서장훈이 KT에 입단한 뒤 까칠한 남자 이미지를 벗기 위해 숨은 노력을 하고 있다. 서장훈이 KT에 입단할 당시 권사일 단장으로부터 구단 배지를 수여받고 있다. 사진제공=KT 농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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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까칠남' 아니던데요."

요즘 프로농구 KT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코미디같은 해프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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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서장훈 굴욕사건'이다. 때는 바야흐로 지난달 20일 늦은 밤이다. 이날 서장훈은 KT 스포츠단 소속 전직원들의 회식 자리에 참가했다.

선수단 대표로 선수중 유일하게 기꺼이 참가한 것이었다. 경기도 판교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술잔을 부딪힌 서장훈은 노래방에서 숨은 노래솜씨로 '재롱'도 떠는 등 '술상무' 노릇을 제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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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무렵 회식이 끝나자 서장훈은 북수원 구단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정선재 사무국장 등 구단 직원들과 함께 택시잡기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택시는 온데간데 없었다. 때마침 이날 택시기사들이 택시업계 지원대책을 요구하며 1일 파업을 벌인 날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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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기다리다가 지친 서장훈 일행은 하는 수 없이 시내버스를 탔다. 서장훈이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어떤 장면이 펼쳐졌을지 안봐도 '비디오'였다.

커다란 키(2m7)로 인해 버스 천장에 머리가 닿을 듯 하니 눈에 확 띄었다. 게다가 손에는 남은 음식 몇가지 챙겨간다고 검은색 비닐통투가 쥐어져 있었다.

서장훈이 버스를 탄 모습을 처음 본 승객들에겐 흥미로운 볼거리가 됐다. 곳곳에서 '어머, 서장훈이다'라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정선재 사무국장은 "시골 장터에서 장보고 돌아가는 행색으로 천정 높이 때문에 고개를 제대로 들지도 못하는 장면을 보니 나도 웃음 참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굴욕사건'은 놀림감이 아니라 서장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상징으로 KT 내부에서는 높게 평가되고 있다.

서장훈이 이렇게 벽이 없는 사나이인 줄은 전에 몰랐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서장훈을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LG는 사실 서장훈이 구단 행사나 팬서비스 이벤트 등에 모시기 어려운 선수로 알았다. 이전에 농구판에서 나도는 소문에 근거해 서장훈은 까다롭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 국장이 서장훈으로부터 핀잔(?)을 받은 사연도 있다. 최근 선수단 참가 행사를 논의하던 정 국장은 '까칠남 서장훈' 소문을 의식해 옆에 앉아 있던 서장훈에게 일부러 들리도록 "서장훈이 이런 행사에 참가하겠어? 일단 서장훈 없는 걸로 하고 프로그램 짜보자"라고 말했다.

그러자 서장훈이 기다렸다는 듯 하소연을 했다. "꼭 이런다. 국장님 너무해요. 사람들은 저한테는 물어보지도 않고 지레 짐작으로 '서장훈은 비협조적인 사람'이라고 단정해놓고 함께 하자는 말도 안하더라고요. 그래놓고 서장훈은 까칠하다는 말이 나오고….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정 국장은 서장훈의 거센 항의(?)에 부딪혔지만 기분은 날아갈 듯 했단다. 웬만한 스타급 선수들이 귀찮아서라도 피하고 싶어하는 행사가 많은데 최고참 서장훈이 솔선수범하겠다고 했으니 큰 걱정 덜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서장훈은 KT에 입단한 지 1개월여 만에 선수단 워크숍은 물론이고 구단 직원 회식에도 3차례나 참석하며 친근감을 높이고 있다 한다. 오는 7일부터 경남 산청에서 진행되는 '팬과 함께하는 1박2일 캠프'에도 서장훈을 필두로 선수단 전원이 참가하기로 했다. 여기서 서장훈은 팬들과 함께 레프팅을 하고 장기자랑도 하며 '옆집 아저씨'의 숨은 면모를 선보일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경기 외적인 일로 서장훈 모시는 게 연예인 섭외 만큼이나 힘들다는 소문은 진짜 헛소문이었다"면서 "고정관념을 갖고 대했던 우리가 미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KT에서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기로 한 서장훈은 대놓고 공개되지 않았던 '훈남(훈훈한 남자)' 이미지도 한껏 발산하는 중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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