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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역습' 성남 '삭발훈련' 현장 가보니...

by 전영지 기자
◇3일 훈련 직후 신태용 감독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성남 일화 선수단. 삭발로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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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 아니다. 성남이다. 성남 일화 선수들이 6월 부진을 털고 7월 비상을 다짐하고 있다. 전원 삭발로 결의를 다졌다.

성남 일화는 K-리그 16개 구단 가운데 가장 자유로운 구단이다. '자율 속의 질서'는 K-리그 최다 우승, 아시아챔피언에 빛나는 성남을 이끌어온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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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성남 감독은 K-리그 최고의 입담꾼으로 이름높지만, 평소 선수들에게 미주알고주알 잔소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훈련시간 외에 개인일정에 대해 철저히 '노터치'다. 선수를 믿는다. 알고도 모른 척해준다. 1~2년차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숙소 생활을 하지 않는다. '프로는 프로다워야 한다'는 평소 소신탓이다. 시켜야 훈련하고, 닥달해야 이기는 건 프로가 아니다. 그라운드 안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볼을 찼고, 그라운드 밖에선 누구보다 치열하게 놀 줄 알았던 '난 놈' 신 감독 자신의 선수 시절 경험 덕분이다.

그랬던 신 감독이 달라졌다. 지난달 대전전을 앞두고 성남 선수단은 무기한 합숙에 들어갔다. 6월 하위권 대전-인천-강원과의 3연전에서 1무2패로 무기력하게 물러앉았다. FA컵 16강전에서 울산에 종료 직전 2골을 허용하며 1대2로 역전패한 후 선수단의 분위기는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대전과의 홈경기에서 0대3으로 무너졌다. 에벨찡요 사샤의 고별전이 된 강원전에서도 1대2로 패했다. 패배의 트라우마 속에 주장 사샤와 에벨찡요의 이탈은 선수단을 무너뜨리는 '카운트펀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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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이틀간의 휴식 후 돌아온 선수단은 전원 머리를 깎았다. '삭발'로 승리를 향한 결의를 다졌다. 신 감독은 김성환을 주장으로 임명했다. 부주장 선정은 선수들에게 일임했다.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신 감독은 7월부터 직접 포지션별 '1대1 멘토링'으로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팬 투표에서 최다 득표하며 K-리그 올스타 사령탑에 선임된 신 감독은 올스타 소집일인 3일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할 만큼 바빴다. 프로축구연맹에 양해를 구하고 올스타 소집 예정시간을 넘겼다. 오후 1시30분 성남 서포터스와의 간담회를 가졌다. '직설화법' 정공법으로 선수들과 팬들을 다시 하나로 묶어냈다. 오후 4~6시까지 그라운드에서 성남 선수들과 함께 땀을 쏟았다. 에벨찡요 자리에 새로 영입한 전남 출신 미드필더 레이나의 플레이도 예의주시했다.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삭발한 성남 선수단의 훈련 분위기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비장했다.

8일 전남과의 홈경기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6월 성남은 1승1무4패, 전남은 1승4패다. 최악의 6월을 보낸 양팀이 양보없는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성남은 이어지는 광주-대구 원정에서 승점 3점이 절실하다. 8월까지 홈에선 전북-울산-서울-수원 등 상위권과의 '지옥 대진'이 기다리고 있다. 19~22일 피스컵도 있다. '호스트'로서 '아시아챔피언의 자존심'으로 선덜랜드, 흐로닝언, 함부르크 등에 맞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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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은 또렷한 목표를 재설정했다. 프로에게 '실현 가능한 목표'는 중요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FA컵 우승 목표를 상실한 선수단에게 새로운 미션을 부여했다. 3일 서포터스 간담회에서 "스플릿시스템 상위권인 8위 안에 우선 진입한 후 최종 3위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노리겠다"고 했다. "피스컵 우승상금(약 17억원)으로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당당한 각오도 건넸다.

◇'성남의 에너자이저' 박진포도 삭발했다. 훈련중 경미한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앉은 채 동료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3일 훈련 후 신태용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수들이 눈치게임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새로 영입된 용병 레이나가 가장 먼저 일어서서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삭발한 선수들이 경기 직후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차례로 일어서며 '1, 2, 3!' 숫자를 호명했다. '눈치게임'으로 긴장을 풀었다. 그제서야 성남다운 웃음이 빵 터져나왔다. 3일 생일을 맞은 '드래프트 1순위' 신인 전현철에게 선후배들의 '생일빵' 장난이 이어졌다. 까까머리 선수들이 비로소 웃었다. 성남의 '유쾌한 에너지'는 아직 죽지 않았다.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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