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만족스러운 피칭이었다."
올시즌 차우찬은 불운했다. 2년 연속 개막전 선발의 중책을 맡았지만, 개막전서 LG 이병규(배번9)에게 만루홈런을 맞으며 패전투수가 되면서 모든 게 꼬여버렸다.
이후에도 대량실점은 계속 됐다. 결국 2군에서 한 달 가까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지난 5월 말 다시 1군으로 돌아왔지만, 보직은 중간계투였다. 감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었지만, 자존심이 상할 만도 했다.
지난달 21일 대구 KIA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선발 복귀 두 경기만에 첫 선발승을 올렸다. 하지만 27일 대구 SK전서는 6이닝 6실점으로 처참히 무너졌다.
보통 개막전 선발은 팀의 에이스를 뜻한다. 하지만 에이스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다. 차우찬이 등판한 4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류중일 감독은 "굳이 순서를 정하자면, 장원삼이 에이스"라고 말했다. 차우찬에 대해선 "에이스란 칭호를 받았는데 부진해 아쉽다"며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그래도 차우찬의 호투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류 감독은 "오늘 9회까지 던지고 완봉승했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차우찬이 투구수 100개가 넘어가면 오히려 직구 스피드가 좋아진다. 어제 투수들이 많이 던져주기도 했으니 7회 이상 길게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했다.
차우찬은 기대에 부응했다. 투구수 관리를 하면서 8회 2사까지 던졌다. 마지막에 최동수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긴 했지만, 이전까진 잘 던졌다, 직구 최고구속은 146㎞. 150㎞에 육박하던 과거 모습은 아니었지만, 위기 때에도 윽박지르는 피칭보다는 맞혀잡는 피칭을 선보였다.
시즌 3승(5패)째. 조금 늦었지만, 류 감독은 물론, 본인 역시 이날 피칭을 계기로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류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선발 차우찬이 잘 던졌다. 스피드는 아직 못 미치는 것 같지만, 제구력이 좋아져서 안심이다"라며 웃었다.
차우찬은 "올해 가장 만족스러운 피칭이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어제 불펜투수들이 많이 던져서 최대한 오래 던지려고 노력했다. 8회까지 마운드에 올라 승환이형까지 좋은 흐름으로 넘겨준 것 같아 기쁘다"며 미소지었다.
그동안의 마음 고생은 분명 있었던 것 같다. "결과가 안 좋다 보니 사실 신경이 쓰였다"는 차우찬은 "오늘을 계기로 나 자신도 살아났으면 좋겠다. 직구가 뒤로 갈 수록 좋아지는 느낌인데, 이건 분명 해결해야 할 숙제인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야 개막전 선발다운 당당한 모습이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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