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 민주화' 논쟁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의 정책을 총괄할 김종인 전 의원과 당 정책의 입법화를 책임지는 친박 경제통 이한구 원내대표는 보기에도 민망한 설전을 벌였다. 야당은 한술 더떠 재벌 해체, 상호출자 금지, 부자 증세 등 신랄한 개혁을 외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 이어 2라운드에 들어선 셈이다.
무엇이 경제자유화인가.
우리 헌법 119조 1항은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시장경제 원칙을 표현하고, 2항은 균형성장과 소득의 적정 분배를 강조하면서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여 경제민주화를 위한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항은 자본주의 기본정신을 강조한 것이고, 2항은 독과점 폐해 등 시장의 실패가 나타나면 정부가 개입하라는 보완규정이다. 따라서 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 대상은 경제력 집중에 따른 불공정경쟁, 독과점 폐해, 계층 간 불균형 발전 등을 시정하고자 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조항을 근거로 일부 경제학자는 경제민주화란 곧 재벌 개혁이며, 국가가 적극 개입해서라도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의 부(富)가 갈수록 재벌과 부자들에게 쏠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내 10대 재벌 그룹의 연간 매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77%나 차지하고 있다. 근로자 가운데 상위 소득 10% 계층의 평균 소득은 하위 10% 계층의 5.23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그 격차가 심하다. 총수가 있는 100대 기업 자산이 정부 보유 자산의 95%에 이르고, 특히 상위 5대 그룹은 100대 기업 자산의 52%, 정부 총자산의 절반에 가까운 자산을 갖고 있다. 지난 60년 동안 수출 대기업 중심, 정규직 보호 등 많은 정책이 한쪽 방향으로만 치달아온 결과 사회 전체의 균형이 무너졌다.
이제 경제력 집중과 그에 따른 소득 양극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재벌 때리기로 변질시켜 국내 간판 대기업을 옥죄어서는 곤란하다 경제민주화란 이름 아래 재벌 개혁, 부자 증세 등을 무모하게 밀어붙이면 한국 경제를 키워온 민간 기업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단번에 망가져 경제활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지금은 경제의 국경이 무너진 글로벌 시대다. 국내 대기업 때리기는 결국 해외로 몰아내 당면최대현안인 투자부진과 일자리창출에도 큰 걸림돌이다.
재벌의 잘못된 점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회적 공론화과정을 거쳐 법과 제도의 틀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재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미 수많은 법체계가 정비돼 있고 18대 국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과세 관련법도 마련됐다. 재벌의 횡포를 규제할 필요는 있으나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훼손돼서는 안된다. 경제민주화 논의가 재벌 때리기라는 포퓰리즘으로 변질돼 모두가 더 힘들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희중 기자 hj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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