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에서의 은퇴는 박지성(31)의 꿈이었다. 실현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박지성은 2013년 6월까지 맨유와 계약이 되어 있다. 트레이드 거부권도 쥐고 있다. 계약기간 중 선수가 원하지 않으면 이적 또는 임대가 성사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박지성은 내년시즌 40% 이상을 소화하면 1년이 자동으로 연장되어 있는 옵션이 있다. 이 옵션이 성사될 경우 박지성은 맨유에서 1년 정도 뛴 뒤 은퇴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박수칠 때 떠나고 싶어했다.
단, 조건이 붙어 있었다. '팀 내 입지가 곤란해지지 않는다'는 조건부 소망이었다. 박지성은 지난시즌 후반부터 주전경쟁에서 밀리면서 위기감이 감돌았다. '과연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박지성을 내년시즌에도 기용할까'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적 시장에서는 몇 차례 이름만 거론됐을 뿐 현실성은 떨어졌다.
그런데 6일 오후(이하 한국시각)부터 갑자기 박지성의 이름이 급부상했다. 퀸즈파크레인저스(QPR)와 연결됐다. QPR이 5일 밝혔던 영입한다는 한국선수가 박지성으로 압축되는 분위기였다. 외신 보도가 한 몫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확정 보도했다. BBC는 'QPR이 맨유-박지성과 이적에 합의했다. 이적료는 500만파운드(약88억원)다'고 밝혔다. 영국 타블로이드지 더 선은 박지성의 계약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3년이었다. 이적 시장에 밝은 관계자도 "선수의 결정도 끝났다. QPR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라며 박지성의 이적을 뒷받침했다.
7년간 정든 맨유를 떠나게 된 박지성이다. 내년시즌부터 'QPR맨'으로 거듭나게 됐다. 사실 박지성의 QPR행은 영화 '007'시리즈보다 더 비밀스럽게 진행됐다. 휴즈 감독이 은밀하게 박지성의 휴식기간 중 선수를 만나 얘기를 나눈 뒤 긍정적인 답변을 얻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성은 9일 페르난데즈 구단주와 휴즈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전세계 미디어를 상대로 하는 기자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또 국내에 선수 이름이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이유는 위약금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맨유와 QPR이 계약할 때 언론 노출에 대한 계약으로 한쪽이 파기했을 때 위약금을 물게 된다.
맨유 은퇴 의사가 확고하던 박지성의 마음이 돌아선 것은 연봉과 미래에 대한 불확신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지성은 맨유에서도 고액 연봉자 중 한 명이다. 팀 내 3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80억원(추정치) 수준이다. QPR에선 박지성에게 '아시아 최고의 선수' 대접을 확실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맨유에서 받았던 수준의 연봉에 근접한 금액을 제안을 햇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 더 선은 QPR이 박지성에게 주급 6만파운드(약 1억원)을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맨유의 측면 자원은 포화상태다. 안토니오 발렌시아, 라이언 긱스, 루이스 나니, 애슐리 영 등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시킬 수 있을 만한 자원들이 풍부하다. 이미 지난시즌 말미부터 퍼거슨 감독의 마음에서 멀어진 박지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아졌다. 여기에 한 명이 더 추가됐다. 일본 출신 가가와 신지다. 특히 엄청난 빚더미에 앉아 있는 맨유는 가가와를 데려오는데만 독일 도르트문트에 1400만파운드(약 250억원)를 줬다. 또 퍼거슨 감독은 스타 플레이어를 추가로 영입하고 싶어한다. 더 많은 이적료 지출이 필요한 상황에서 QPR의 이적료인 500만파운드는 '가뭄의 단비'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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