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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빈, 홈까지 파고든 14초50의 과정

by 김남형 기자
두산 정수빈의 평소 러닝 모습. 스포츠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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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타자가 빠른 발을 가졌고, 3루코치가 과감한 판단을 내렸을 경우 어떤 효과가 나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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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잠실구장의 LG-두산전. 1-1로 팽팽한 연장 11회초에 두산 정수빈이 우중간 3루타를 기록한 뒤 단번에 홈까지 파고들었다. 그라운드홈런으로 기록되진 않았다. 3루타와 상대 포수 실책이 더해져 한꺼번에 베이스 4개를 도는 진기한 장면이 나왔다. 11회말에 LG가 동점을 만들었기 때문에 정수빈의 득점이 결승점이 되진 않았지만, 상당히 보기드문 장면이었던 건 분명하다.

정수빈, 3루타는 무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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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 장면을 되풀이해 보면서 정수빈이 2루까지 도달한 시간, 3루를 도는 시간 등을 몇차례 스톱워치로 측정해봤다.

우선 2루를 도는 장면에서 대략 7초50 정도가 나왔다. 베이스간 거리는 27m43이다. 2루까지는 단순 계산으로는 54m86을 뛰어야한다. 물론 실제로 뛰면 곡선주로가 등장하기 때문에 더 먼 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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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구를 치고 2루까지 갈 경우엔 보통 8초 이내를 기준으로 잡는다. 수비 파트가 이를 중시한다. 2루타성 타구가 나왔을 때 8초 이내에 중계플레이가 가능하느냐를 집중 훈련한다. 정말 빠른 선수에 대비하기 위해선 이를 7초대 초반으로 잡기도 한다.

정수빈이 2루를 도는 시점에 대략 7초50이 나왔으니 정수빈도 역시 빠른 선수다. 왼손타자라서 타격을 한 뒤 자연스럽게 1루로 스타트했고, 타구가 우중간을 완전히 가른걸 본 뒤에는 더욱 속도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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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초반 두산 최준석이 커다란 체격에도 불구하고 3루타를 기록했는데, 그때 3루까지 걸린 시간이 대략 13초20이었다. 도저히 3루타가 될 수 없는 시간인데, 당시 상대 외야수들이 전진수비를 했다가 타구가 그 사이로 빠진 덕분이었다.

정수빈은 3루를 도는 시점에 11초30 정도를 기록중이었다. 보통 야구선수가 3루까지 11초20~11초30 정도면 굉장히 빠른 수준이라는 게 주루코치들의 설명이다.

3루코치, 승부를 택하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엄밀히 말하면 정수빈은 홈에서 살 수 없었다. 물론 빠르긴 빨랐다. 정수빈은 홈에서 출발, 다시 홈까지 돌아오는데 14초50 정도가 걸렸다. 단순 거리로 109.72m를, 곡선주로를 포함해 훨씬 긴 거리를 이 시간에 돌파했다.

보통 훈련때 홈에서 홈까지 들어오는데 14초30이면 굉장히 빠른 쪽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 경우는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상대 수비 없이 러닝훈련만 했을 때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날 정수빈이 죽을 힘을 다해 달렸지만, 결과는 공이 빨랐다. LG 야수들의 중계플레이를 거쳐 포수까지 공이 날아왔을 때 정수빈은 홈플레이트까지 4~5m 거리를 남겨두고 있었다. 완전한 아웃타이밍이었다. 그런데 LG 포수가 포구를 하지 못하고 공을 놓쳤다. 덕분에 '3루타+실책'으로 정수빈은 좋은 득점을 기록했다. 단시간에 전력질주를 한 정수빈은 홈에서 일시적으로 그로기 상태가 됐다.

결과론적으로 두산 김민호 3루코치가 팔을 돌린 게 주효했다. 3루코치는 본래 '잘 하면 본전, 못하면 역적'인 직업이다. 3루코치들은 그래서 팔을 함부로 돌리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도 이날 김민호 코치가 정수빈에게 계속 뛰라고 사인을 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타구가 딱 마치맞게 우중간 펜스까지 굴러갔다. 덜 굴러가지도 않았고, 튕겨나오지도 않을 정도였다. 수비 입장에선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타구였다. LG의 중계플레이는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대신 '설마 홈까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는 지 서둘렀다는 느낌은 없었다.

바로 이때, 이같은 상황과 정수빈이 3루로 달려오는 걸 함께 보면서, 김민호 코치는 순간적으로 많은 조건을 고려했을 것이다. 연장 11회였다. 그 기회를 놓치면 후속안타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었다. 게다가 원정팀 입장이다. 과감한 승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보통 이 순간에는 '상대 송구가 늘 정확할 수는 없다'는 요행도 바라게 된다. 포수 윤요섭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도 순간적인 고려 대상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본래 아웃될 타이밍이었지만 정수빈은 득점에 성공했다. 만약 이장면에서 아웃됐다면, 그후 LG가 11회말에 점수를 냈다면, 김민호 코치는 경기후 포장마차를 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3루코치는 결과론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는 자리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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