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최고의 드라마는 '넝굴채 굴러온 당신'이다.
어렸을 적 잃어버린 후 그토록 찾아헤매이던 아들이 바로 앞집으로 이사를 왔으니 어찌 안 기쁠 수 있겠는가.
요즘 프로야구에서도 이른바 '넝굴당'이 툭툭 튀어나오고 있다. 오죽했으면 감독들조차 "그 선수가 안 왔으면 어쩔뻔 했어"라며 스스럼없이 인정한다. 역대로 순위 싸움이 가장 뜨거운 시즌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해 최하위에 그치는 등 최근 몇년간 하위권을 전전했지만 올해 중상위권에서 절대 밀리지 않고 있는 넥센이 가장 많은 '넝굴당'을 보유하고 있다. 올 시즌 단연 눈에 띄는 선수는 서건창이다. 신고 선수 출신으로 2008년 LG에 입단했으나 1군에 고작 1경기에 출전하고 방출, 일반병으로 군에 다녀온 후 지난해 테스트를 통해 간신히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었던 서건창은 말 그대로 인간 드라마다. 공수주에서 빼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 서건창은 8일 현재 3할1리로 팀내에서 강정호(0.343)에 이어 2위, 전체 13위에 올라 있다.
올해 신인 자격을 가진 타자 가운데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운 서건창은 역대 2루수 첫 신인왕에 도전하고 있다. 가끔씩 엉뚱한 수비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넥센 김시진 감독은 "현재로선 너무 잘해주고 있어 더 이상 바랄게 없다"며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해 7월 데려왔지만 올해 첫 풀타임 4번 타자에 도전하는 박병호도 대표적인 '넝굴당'이다. 타점 1위, 홈런 공동 3위, OPS 4위 등 4번 타자가 가져야 할 덕목을 모두 써내려가고 있다. 게다가 3번 이택근과 5번 강정호 등이 잔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질 때도 박병호는 8일까지 치른 72경기에 모두 4번 타자로 나서며 강철체력을 보이고 있다. 다른 팀 감독들조차 "가장 성공적인 트레이드 가운데 하나"라며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화의 대표적인 '넝굴당'은 역시 박찬호이다. 박찬호는 지난 7일 SK전에서 6이닝 2실점의 호투로 팀의 8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팀의 연패를 막는 전형적인 에이스의 모습이다. 올해 14경기에 나와 4승5패에 그치고 있지만 절반인 7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할 정도로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이름값'을 하고 있다. 사실상 반신반의하던 구단으로선 류현진마저 부상으로 전력에서 자주 이탈하는 올 시즌에 박찬호마저 없었으면 어떠했을까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KIA는 최향남 그리고 삼성에서 트레이드 한 조영훈이 대표적이다. 최향남은 8일 넥센전에서 9회 마무리로 나와 4명의 타자 가운데 3명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3세이브째를 올렸다. 올해 8경기에 나와 8이닝 무실점에 3세이브-2홀드이다. 기록도 그렇거니와 41세의 백전노장이 뒷문을 지켜주자 KIA는 멀게만 보였던 5할 승률에 복귀했다. 선동열 감독도 "향남이는 넝굴채 굴러온 복"이라며 극찬을 하고 있다. 조영훈이 가세하면서 최희섭이 체력 안배를 할 수 있고, 여기에 보이지 않는 주전 경쟁이 벌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야구는 출전하는 선수가 많기에 소수의 몇명에 의해 좌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진 기존 구도에 수혈된 새로운 '피'는 상당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올 시즌 트레이드 마감 시한은 이번 달 말이다. 과연 어느 선수가 유니폼을 갈아입은 후 새로운 팀에서 보배와 같은 역할을 하며 '넝굴당'이 될지 지켜보는 일도 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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