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행에는 '퍼거슨 커넥션'도 한 몫 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맨유에서만 26년을 보냈다. 은퇴한 선수들이 감독이 되고도 남을 시간이다. 마크 휴즈 QPR 감독, 스티브 브루스 전 선덜랜드 감독, 브라이언 롭슨 전 웨스트브로미치 감독, 로이 킨 전 선덜랜드 감독, 폴 인스 전 블랙번 감독 등은 모두 퍼거슨 감독이 현역 시절 직접 지도했다. 영국 언론은 감독으로 변한 이들을 향해 '퍼거슨의 MMC(Management Master Class·수제자)'라고 불렀다. 이들은 '퍼거슨의 수제자' 답게 맡은 팀에서 카리스마를 앞세운 용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술면에서도 퍼거슨 감독처럼 측면 공격을 중시한다.
퍼거슨 감독은 '승부의 화신'답게 이들과의 대결을 즐긴다. 제자들의 수많은 도전에도 불구하고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래도 '뜨거운 사제지간의 정'을 외면하진 못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이적 때마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곤 한다. 맨유는 빅클럽답게 1군 무대에 자리잡지 못하는 수준급의 선수들이 즐비하다. 경험쌓기를 원하는 리저브 멤버나 세대교체에 밀린 왕년의 스타들까지 매년 선수단 정리가 필요하다. 퍼거슨 감독은 이들의 거취로 '수제자'의 팀을 선호한다. '퍼거슨 커넥션'의 시작이다.
'퍼거슨의 수제자'들도 맨유 출신을 원한다. 비슷한 전술을 구사하는 만큼 팀에 쉽게 녹아들며, 기량이 검증됐기 때문이다. 브루스 감독이 이끌 당시 선덜랜드는 존 오셔, 웨스 브라운, 필 바슬리, 키에런 리차드슨, 프레이저 캠벨까지 무려 5명의 맨유 선수를 영입했다. 킨, 롭슨, 인스 감독의 팀에도 맨유에서 데려온 선수들이 많았다. 휴즈 감독도 지난 1월 QPR 지휘봉을 잡자마자 맨유에서 파비우를 임대 영입했다.
이번 박지성의 이적도 퍼거슨과 휴즈 감독간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휴즈 감독은 한때 '맨유의 더비라이벌' 맨시티 지휘봉을 잡으며 퍼거슨 감독과 관계가 소원해졌다. 그러나 지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타도 맨시티'라는 한 목소리를 냈다. 당시 퍼거슨 감독은 "휴즈를 내쫓은 맨시티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휴즈 감독을 지원했다.
휴즈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팀을 재편하길 원했다. 1순위는 역시 맨유 출신이었다. 휴즈 감독은 여전한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풍부한 경험을 쌓은 '퍼거슨의 페르소나' 박지성을 영입해 팀쇄신에 나섰다. 세대교체에 나선 퍼거슨 감독도 박지성을 깔끔하게 처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다른 라이벌보다는 '수제자' 휴즈 감독의 팀에 도움을 주길 원했을 것이다. 이러한 퍼거슨과 휴즈 감독간의 특별한 관계는 박지성의 전격적인 QPR행에 숨은 배경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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