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프로야구에서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올스타전 베스트10 석권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5월29일부터 7월8일까지 실시된 2012 프로야구 올스타전 베스트10 인기투표 결과, 이스턴리그 전 포지션에 롯데 선수들이 선정됐다고 9일 발표했다. 최다득표의 영광도 포수 강민호(89만2727표)가 차지했음은 물론이다. 지난 2003년 삼성과 2008년 롯데가 각각 2루수와 외야수 한자리를 제외하고 9명의 올스타를 배출한 것이 역대 최다 기록이었다.
"팬들의 열정의 산물" vs "그래도 이건 심하다"
롯데엔 대단한 경사다. 1명도 배출하기 힘든 올스타 베스트10의 전포지션을 휩쓸었다.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으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실하게 굳혔다.
문제는 이 결과를 놓고 팬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특히 롯데가 아닌 다른 구단의 팬들이 "아무리 인기투표라지만 이런 일방적인 투표 결과는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롯데 선수들에게 투표한 팬들도 할말은 있다.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해 팬심을 보여준 것이 무슨 잘못이냐는 것이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들이 선정되기를 바랐다면 그들도 그만큼 투표를 했으면 될 거 아니냐는 뜻이다.
만약 롯데팬들이 투표 서버를 조작한다거나 해킹을 하는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면 그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애초에 인터넷과 모바일이 중심이 된 투표방식은 정해져 있었다. 따라서 이번 투표 결과는 다른 팀 팬들을 능가하는 롯데팬들의 열정과 결집력의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물론,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올스타전 베스트10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서운한 다른 구단 팬들의 마음도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참 풀기 힘든 실타래와 같은 문제다.
KBO, "제도 개선 논의 필요한 시점"
이번 투표 결과를 지켜본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난감한 상황이다.
KBO가 명백히 '베스트10 인기투표'라고 명명했기 때문에 일단 팬들의 투표결과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하지만 축제를 준비하는 호스트로서 손님은 초청했는데 자리가 없는 상황이니 두산, 삼성, SK 등 이스턴리그 나머지 3팀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KBO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투표 제도 개선을 생각해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고 밝혔다. 몰론, 이번 결과 때문에 많은 팬들을 보유한 롯데에게 불리해질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뜻은 아니다. 팬들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취지를 기본으로 하되 1인당 투표수 개선, 온/오프라인 투표 비율 조정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일단 모든 팬들을 100%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철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한 인기만이 아닌 실력, 당해 성적 등을 반영해야 한다는 팬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면 전문가 집단의 투표를 시행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또, 미국과 일본프로야구처럼 선수단 투표를 실시해볼 수도 있다. 국내 프로야구 실정에 맞게 각 팀에서 정해진 수의 선수가 각 포지션별로 소속팀 선수를 제외하고 최고의 선수를 뽑고 이 투표 결과를 집계에 반영하는 것이다. 물론, 기존 진행되고 있는 팬투표와의 비율을 잘 분배해야 한다는 전제조건 하에서다.
과도한 투표 경쟁을 막기 위해 1인당 투표수를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현 방식은 1인이 투표기간 동안 하루에 1표씩 행사할 수 있는데 이를 개인당 정해진 횟수 내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단별 대표선수를 지정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해볼만 하다. 현재는 각 구단으로부터 포지션별 후보를 1명씩 받아 각 리그당 4명 중 1명을 무조건 선택해야 하는 방식이다. 선수 개인이 아니라 응원하는 구단에 대한 투표로 이어지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야구에 대한 팬들의 지식도 높아졌다. 그리고 인터넷과 모바일 투표 체제가 완전히 자리잡은 상황에서 각 선수들의 성적과 경기력을 체크해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각 포지션별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 1명을 직접 뽑는 방식이 이뤄진다면 현재 문제점의 개선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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