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로톱은 변칙 전술이다. 제로톱을 적극 구사한 바르셀로나도, 유로2012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린 스페인도 마땅한 스트라이커가 없었기 때문에 제로톱을 구사했다.
K-리그에 제로톱 바람을 몰고 온 포항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들어 스트라이커들이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골을 넣어줄 방도를 찾다가 들고 나온 것이 제로톱이다. 포항의 미드필더들은 K-리그 최고 수준이다. 제로톱은 적절했다. 서울을 1대0으로 누르고 수원을 5대0으로 대파했다. 중원 압박과 상대 수비수 뒷공간 공략이 주효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생기는 법이다. 8일 상주전에서 제로톱의 약점이 드러났다. 상대의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공략해야할 뒷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얼마 없던 찬스 마저도 무산됐다. 포항은 0대1로 졌다. 포항을 상대해야할 팀들에게 힌트가 됐다. 경남과 인천, 강원 모두 하위권팀들이다. 승점 1이 아쉬운 이들팀들이 포항을 상대할 때 밀집 수비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포항의 입장에서는 제로톱 외에 이들의 밀집수비에 맞설 플랜B가 필요한 상황이다.
열쇠는 박성호가 쥐고 있다. 박성호는 황선홍 포항 감독이 올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회심의 카드다. 1m87의 장신으로 제공권이 뛰어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발놀림도 좋다. 지난 시즌 대전에서 8골을 넣었다. 미드필더 지원이 약한 팀에서 그정도의 활약을 펼쳤던만큼 포항에서는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초반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때 자신감을 잃었다. 주전 자리를 뺐겼다. 아직 K-리그에서는 1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박성호의 가치는 여전하다. 특히 제공권을 이용한 해결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최근 황 감독도 박성호를 교체투입하며 해결사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제로톱이 상대의 밀집수비에 막혀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장신의 박성호가 들어가 최전방에서 공간을 만들어준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쿠 역시 황선홍 감독의 플랜B 가운데 하나다. 지쿠는 패싱 능력이 좋다. 여기에 비어있는 공간을 찾아가는 능력도 뛰어나다. 섀도 스트라이커로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면 포항의 공격력은 배가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다. 공을 질질 끄는 습관이 있다. 제로톱을 통해 경기의 속도를 크게 끌어올리려는 황 감독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다. 우선 지쿠에게는 조커로서의 능력을 기대하고 있다. 밀집수비를 서고 있는 상대가 지쳤을 때 수비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한 번의 킬패스를 기대하고 있다.
포항으로서는 이제 남은 하위권팀 3연전이 중요하다. 상위 스플릿에서 안정적인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3연전 가운데 2승은 거두어야 한다. 제로톱으로 나서는 가운데 박성호와 지쿠의 조커 능력이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한 포항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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