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10일 대구 삼성-LG전 3회초, 삼성 중견수 배영섭이 LG 정의윤의 뜬공을 잡기 위해 전방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갑자기 공은 배영섭의 왼쪽으로 뚝 떨어졌다. 다급하게 손을 뻗어봤지만 이미 늦었다. 배영섭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장면 2=지난달 28일 대구 삼성-SK전 3회말 2사 만루. SK 중견수 김강민이 삼성 조동찬의 플라이를 잡는 과정에서 낙하 지점을 잘못 잡았다. 김강민은 앞으로 이동했지만 어이없게 공은 뒤쪽에 떨어졌다. 그는 황당하다는 표시로 양팔을 벌렸다. 당연히 플라이 아웃으로 생각했던 SK 투수 부시는 덕아웃으로 걸어가다 허탈한 표정으로 마운드로 돌아왔다.
요즘 유독 대구구장에서 플라이가 떨어지다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일이 잦다. 그러다보니 이처럼 외야수들이 평범해 보이는 뜬공을 빠트리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삼성 외야수 최형우도 잡기 어렵지 않아 보이는 파울 뜬공을 잡지 못했다. 열심히 달려갔지만 공은 정작 엉뚱한 곳에 뚝 떨어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배영섭과 김강민은 모두 수비력이 괜찮은 선수들이다. 올시즌 배영수의 실책은 2개, 김강민은 1개다. 발도 빠르고 수비 센스도 갖췄다. 배영섭의 경우는 잡기 힘들 것 같은 안타성 타구도 다이빙 캐치로 잘 잡아낸다. 그런 배영섭도 떨어지는 타구가 사라질 때는 손을 쓸 방법이 없다.
최형우는 "대구구장은 해질 무렵 유독 공이 자주 사라져 외야수들이 플라이를 잡을 때 고생한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떨어지는 공이 시야에서 없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낙하 지점을 잡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삼성 외야수 김헌곤은 "타구가 조명탑 높이 정도까지 올라갔다 떨어지면 공의 궤적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김강민이 공을 놓친 건 오후 7시40분쯤 벌어졌다. 당일 대구의 일몰시각은 오후 7시26분이었다. 당시 하늘은 푸른 빛과 어둠이 뒤섞여 있었다. 야구장의 조명은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구장은 점점 밝아지는 반면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는 교차시점이다. 이때 높이 치솟은 공이 떨어지면서 순간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유독 대구구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 대구구장에서 뜬공에 외야수들이 자주 당하고 있다. 또 대구구장은 타구장에 비해 바람이 많이 불어 뜬공 수비가 힘들기로 유명하다. 대구구장은 외벽이 잠실구장이나 부산 사직구장 처럼 높지 않다. 또 주변엔 높은 건물도 많지 않다.
대개 야구계에선 외야 뜬공이 그라운드에 떨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7초 정도로 알려져 있다. 수비수가 타구 소리를 듣고 낙하 지점을 파악하는데 1.5초 이상 걸린다. 그 다음 약 3초 정도에 달려가서 포구해야 하기 때문에 외야 수비가 쉽지 않다. 많은 시간 훈련해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게다가 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도 있어 뜬공 수비를 더욱 어렵게 한다.
배영섭과 김강민의 경우 둘다 공식 기록엔 수비수 실책이 아닌 정의윤과 조동찬의 2루타로 기록됐다. 공식기록원은 수비수의 실수라기 보다 타자들의 안타로 봐야 올바르다고 해석한 것이다. 결국 야수는 하늘을 원망했고, 타자는 하늘을 향해 절을 해야 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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