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들이 돌아오고 있다. 그런데 원래 있었던 곳에 자리가 없다. 대신 당분간 허리에서 힘을 보태기로 했다.
넥센 히어로즈 투수진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선발진의 붕괴로 아래에 괸 돌을 빼서 위로 올려야 하는 괴로움과는 정반대의 상황인 것이다.
넥센 투수진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강윤구가 10일 1군에 복귀했다. 지난달 17일 1군에서 제외된 후 23일만이다. 부상이 아닌 제구력 문제로 2군을 다녀왔다는 것이 핵심이다. 순위 다툼이 한창이고 팀의 1승이 간절한 가운데 선발진 중 유일한 토종 좌완임에도 부진을 이유로 2군에 다녀올만큼 넥센 선발진의 자원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막상 돌아왔지만 자신의 자리는 이미 다른 선수가 대신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불펜에서 뛰며 선발 복귀를 호시탐탐 노릴 수 밖에 없다.
넥센은 현재 나이트-밴헤켄-김영민-김병현-한현희 등 5명으로 선발진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개막전부터 선발로 꾸준히 뛴 선수는 나이트와 밴헤켄 등 용병 듀오가 유이하다. 나머지는 모두 바뀌었다.
강윤구를 비롯해 심수창, 문성현이 빠지고 그 자리를 김병현과 김영민, 한현희로 채워진 것이다. 넥센 김시진 감독도 "시즌을 선발로 시작했다고 해서 마지막까지 선발 로테이션에 뛴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라며 투수진들의 경쟁을 독려하고 있다.
김영민은 5월에 선발진에 합류한 후 내리 3연승을 거두는 등 10일 현재 4승3패를 기록중이다. 평균자책점이 3.18로 선발진 가운데 나이트(2.14)에 이어 두번째로 좋다. 김병현도 선발 적응을 마치고 최근 2연승을 하며 팀에 상당한 보탬이 되고 있다. 성적도 그렇거니와 투수진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김병현과 룸메이트인 언더핸드 신인 한현희도 그 덕을 많이 보고 있다.
한현희는 올해 입단한 고졸 신인임에도 선발 한자리를 꿰차고 힘차게 공을 뿌려대고 있다. 2경기 선발로 나왔는데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모두 패했지만,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할 정도로 구위도 좋다. '칠테면 쳐봐라'라는 식으로 승부를 들어가다보니 4사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김시진 감독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대목이다.
어쨌든 3주일만에 돌아온 강윤구로선 불펜에서 대기할 수 밖에 없다. 김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이 잘 돌아가고 있으니 강윤구를 당분간 불펜에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구력만 잡히면 류현진(한화) 김광현(SK)에 버금가는 좌완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는 강윤구를 불펜에 뛰게 하는 이유는 여러 포석이 깔려 있다. 우선 2군에서 가다듬은 제구력이 얼만큼 나아졌는지를 평가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선발진에 비해 허약한 불펜진 강화에 대한 목적도 있다.
넥센은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은 13홀드에 그칠 정도로 불펜진이 불안하다. 따라서 강윤구에게 허리를 맡겨 불펜을 강화하는 동시에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격화될 순위싸움에서 승부수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갈비뼈 실금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문성현도 지난 8일 2군에서 첫 등판하며 1군 복귀를 노리고 있다. 김 감독은 "문성현은 2군에서 2~3경기를 더 뛰게 하며 시험 가동시킨 후 1군 복귀를 결정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문성현이 복귀해도 여전히 자리는 없다. 대신 마무리 손승락 앞에 내세워 필승 셋업맨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2명은 선발진 가운데 누구라도 부진할 경우 언제든 그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예비 전력이다. 넥센 선발진 합류 경쟁은 4강 싸움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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