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울산 원정을 앞둔 박경훈 제주 감독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간판 수비수 홍정호가 왼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그 동안 제주의 골문을 든든히 지켜냈던 한동진 골키퍼마저 부상 악몽에 빠졌다. 공수를 오가며 살림꾼 역할을 도맡았던 권순형은 경고 누적으로 결장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주중 경기와 주말 경기를 병행하는 빡빡한 일정으로 체력적인 부담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박 감독은 로테이션 운영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박 감독은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체력 문제로 인해 정상적인 팀 운영이 힘든 상태다. 이제는 로테이션 운영을 본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야 한다는 각오로 싸워야 한다"고 했다.
박 감독이 가장 기대하는 '잇몸'은 최근 새롭게 영입한 이승희와 장원석이다. 이승희는 수준급 패싱력뿐만 아니라 폭넓은 활동량으로 중원의 무게감을 더한다. 과감한 오버래핑과 날카로운 킥력을 보유한 왼쪽 풀백 장원석은 체력에 과부하가 걸린 허재원의 백업자원으로 나설 예정이다. 박 감독은 "이승희와 장원석을 잘 활용할 생각이다. 이들이 잘해준다면 기용폭도 넓어지고 팀 분위기에 활력도 생길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홍정호가 빠진 수비라인의 공백은 젊은피로 수혈할 예정이다. 신예 수비수 한용수는 탁월한 스피드와 강력한 대인방어로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K-리그 데뷔전을 치른 3년차 중고 신인 오반석도 날카로운 태클과 제공권 장악 능력으로 홍정호의 향수를 지우고 있다. 박 감독은 "홍정호의 공백이 아쉽다. 하지만 백업 선수들의 기량도 뛰어나고 이들에 대한 믿음은 확고하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이 노리는 진짜 '잇몸'은 바로 조직력이다. 올 시즌 제주의 모토는 '방울뱀 축구'다. 볼을 오랫동안 소유하고 상대의 허점을 노리기까지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아닌 정확하게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가는 조직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 박 감독의 각오다. 11일간의 올스타전 휴식기를 맞아 강도 높은 체력 훈련과 전술 훈련을 통해 조직력 강호는 물론 자신감도 충전했다. "강팀의 위용을 다시 되찾겠다"라고 배수진을 친 제주. 이제 제주는 비상(非常)이 아닌 비상(飛上)을 꿈꾼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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