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에게 승리 기록이 가져다 주는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스코어 상황에 따라 주어지는 구원승은 그 가치가 그다지 부각되지 않지만, 선발승은 5이닝 이상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는 훈장과 다름없기 때문에 선발투수의 궁극적 목표가 된다. 오랜 기간의 재활을 마쳤거나 군제대를 한 투수에 대해 '얼마만의 선발승'이냐를 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시즌 베테랑 선발투수중 유난히 승운이 따르지 않는 3명의 투수가 있다. 한국야구를 대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들이는 노력에 비해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두산 김선우, 한화 류현진, KIA 윤석민이 그들이다. 잘 던지고도 승리 기록이 주어지지 않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득점 지원이 부족하거나, 구원 투수들이 난조를 보일 때 뿐이다. 물론 자신의 부진한 투구 때문에 승리를 따내지 못할 경우에는 할 말은 없다.
김선우는 11일 잠실 한화전에서 5이닝 동안 7안타를 맞고 5실점(4자책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 5월22일 인천 SK전에서 시즌 2승을 따낸 이후 무려 50일 동안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이 기간 8차례 선발등판해 승리없이 5패만을 당했다. 현재 규정투구이닝을 넘긴 선발중 가장 오랜 기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 투수가 김선우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기록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화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한 시즌 기준으로 김선우는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킨 선발 가운데 다음 승리를 기록할 때까지의 기간, 즉 승리를 추가하지 못한 기간이 가장 긴 투수중의 한 명일 것이다.
조급증도 생기고 자책감이 커질 수도 있겠지만, 김선우는 늘 웃는 낯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비록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음에도 팀내 맏형으로서 할 일은 다 하려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음이 편할 리는 없다. 윤석민과 류현진은 상황이 조금은 나아지기는 했지만, 김선우처럼 오랫동안 마음고생이 꽤 컸다.
류현진은 지난 8일 대전 SK전에서 8이닝 2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시즌 3승째를 올렸다. 5월13일 대전 롯데전 이후 무려 56일만에 승리와 인연을 맺었으니 감회도 남달랐다. 당시 류현진은 "오랜만에 이겨서 좋다. 마음 고생은 없었다. 동료들이 잘해줬던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두 달 가까이 불운에 시달리다 모처럼 동료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줘 이겼으니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류현진의 경우 올시즌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게 7경기나 된다. 등근육 담증세가 이유가 되긴 했지만, 지난 6월8일 2군으로 내려가 보름 가까이 휴식을 취해야 했을 정도로 몸과 마음 모두 지쳤던 기간도 꽤 길었다.
김선우와 류현진에 비하면 윤석민은 상황이 많이 호전됐다고 볼 수 있다. 시즌 첫 11경기에서 3승3패에 머물다 6월11일 2군으로 내려간 윤석민은 휴식을 취한 뒤 6월27일 복귀해 2연승을 달렸다. 복귀하던 날 잠실 LG전서 5이닝 4안타 3실점, 7월4일 광주 두산전 8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4승과 5승을 내리 따냈다. 물론 본인의 호투가 가장 큰 원동력이 됐겠지만, LG전서는 타자들이 6득점을 올리며 도와줬고 두산전서는 마무리 최향남이 9회 1-0의 한 점차 리드를 지켜줬다. 즉 윤석민의 승운은 KIA가 6월 중순 이후 전반적으로 팀전력이 상승세를 탄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지금도 절정의 구위를 유지하고 있는 윤석민의 승수쌓기에는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높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선발투수가 오랫동안 승리를 따내지 못할 경우에 대해서도 'win drought(승리 가뭄)'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애석하게 생각한다. 김선우의 승리 가뭄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 두산 구단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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