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잠실에서 벌어진 두산-한화전에서 주요 관심사는 한화 외국인 투수 션 헨이었다.
션 헨은 이날 한화 입단 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했다. 한화로서는 일종의 모험이었다.
그는 지난달 초 종전 외국인 투수 배스가 퇴출된 뒤 커다란 기대를 받으면서 입단했다.
지난해 막강 마무리였던 바티스타가 종전만 못한 데다, 외국인 선발마저 무너진 한화로서는 션 헨을 구세주로 여겼다.
션 헨은 선발자원은 커녕 불펜으로 쓰기에도 부족한 면이 많았다. 션 헨 본인도 당초 중간이 편하다고 했다. 대체 선발을 기대했던 한대화 감독은 불펜요원말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 6일 송진우 투수코치를 1군으로 올리는 대신 정민철 코치를 2군으로 내리는 보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등장한 첫 작품이 션 헨의 선발 전환이었다. 고심 끝에 꺼내든 강수였지만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였다. 고작 3이닝 동안 4안타 3탈삼진 3실점으로 2-3 역전을 허용한 채 강판돼야 했다.
선발 전환 과정부터 조마조마
션 헨은 이날 두산전 이전까지 12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소화한 이닝(11⅔이닝)이 평균 1이닝도 안됐다. 거둔 성적은 1홀드에 평균자책점 7.71. 션 헨의 선발 가세 때문에 2군으로 내려간 양 훈의 평균자책점(5.04)보다 크게 높았다.
여기에 총 18안타(2홈런 포함), 폭투 3개를 범하는 등 경기당 피안타율(0.367)과 이닝당 출루허용률(1.89)이 너무 높았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최근 몇년간 선발로 뛴 경험이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 감독은 선발기용에 선뜻 나서지 못한 처지였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투수코치가 바뀌면서 선발 전환이 전격 결정됐다. 션 헨도 선발 출전이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꿈에 따라 한 번 믿어보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션 헨은 출격 직전까지 한 감독의 애를 또 태웠다. 11일 투수코치를 통해 면담을 해보니 투구수 60개까지 던질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이런 투구수로는 그야말로 경이적인 피칭을 하지 않는 한 5이닝까지 버티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나마 션 헨은 하룻 밤이 지나고나자 70개까지는 가능하다고 10개를 추가했다. 그래도 5이닝을 채우기 힘들 것이란 사실은 초보 야구팬도 안다. 션 헨의 선발 출격은 그렇게 불안하게 시작됐다.
막상 뚜껑을 여니 '역시나…'
한화는 가슴을 졸이며 션 헨의 선발 등판을 지켜봐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초반부터 투구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두산의 백전 베테랑 김동주에게 제대로 걸렸다. 선두타자 이종욱을 땅볼로 잡고 허경민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김현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날 20일 만에 1군 복귀한 4번 타자 김동주와의 대결에서 연거푸 파울 커팅에 시달리며 투구수가 부쩍 늘었다. 10구째 승부에서 간신히 유격수 플라이로 막은 션 헨은 1회에 이미 21개를 던졌다. 2회는 삼자범퇴로 막았지만 15개를 더 던져야 했다. 그래도 한화 타선이 3회 선제 2득점으로 리드를 잡으며 션 헨의 부담을 덜어주는 듯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3회 곧바로 한계를 드러냈다. 선두타자 정수빈과의 9구째 승부에서 볼넷을 허용한 그는 이후 5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3안타를 허용하며 3실점, 2-3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3회에만 36구를 추가하는 바람에 총 62개를 던진 션 헨은 자신이 말했던 한계 투구수에도 근접한 상황이라 더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다. 션 헨은 이날 직구(39개)와 슬라이더(18개) 위주에 체인지업 5개를 섞었다. 구종이 단조롭다는 단점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다.
잠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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