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5000원입니다." "어? 김승용 선수다. 저기 고슬기 선수도 있네." "안녕하세요. 저희는 1일 경기 진행 요원입니다."
12일 울산-제주전이 시작하기 한 시간 전. 울산월드컵경기장 동쪽 맞은편에 위치한 구단 멀티숍에 울산의 미드필더 김승용(27)과 고슬기(26)가 나타났다. 팬들은 의아해했다. 몸을 풀고 경기를 준비해야 할 선수들을 보고 놀랐다. 김승용과 고슬기는 경고누적으로 제주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아쉬움은 팬들과의 소통으로 달래기로 했다. 1일 경기 진행 요원으로 깜짝 변신했다.
두 선수의 첫 업무는 상품 판매였다. '1일 경기 진행 요원'이라는 띠를 맨 둘은 30분간 유니폼, 머리띠 등 축구용품을 팔았다. 뿐만 아니라 상품 진열과 결제도 도왔다. 김승용은 "일본 팬이 오셔서 한번에 유니폼, 머리띠 등 용품을 많이 사가셔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저를 보고 사가신 걸꺼에요"라며 농을 던졌다.
상품 판매 이후 두 선수는 동쪽 E지역 게이트로 이동했다. 관중의 입장권을 직접 받아 검표를 하고 관람안내를 하는 업무가 이어졌다. 출입구에서 부채를 나눠주고 티켓을 확인했다. 김승용은 "팬들이 못 알아봐주시면 어떻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께서 알아봐주셨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또 "이렇게 선수들이 팬들과 스킨십을 갖는 것이 처음이라고 들었다. 좀 더 많은 활동으로 팬들을 경기장으로 많이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감바 오사카 시절 때의 경험을 떠올렸다. 김승용은 "감바에 있을 때도 멀티숍 유니폼 판매를 해봤다. 감바는 한달에 한 번씩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팬들과 만난다. 마케팅 기반이 잘 잡혀있다. 울산도 이런 활동을 통해 차츰 성장해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의 업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 후반전에는 장내 아나운서가 되기도 했다. "다음 울산의 홈 경기는 22일 울산-광주전입니다. 많은 참여바랍니다." 다음 경기 안내 등의 멘트를 직접 했다.
업무를 끝내자 김승용과 고슬기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한 김승용이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김승용은 "쉬운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조그마한 표를 받는 것도 힘들었다. 이번 활동을 통해 경기장에서 한 발 더 뛰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줘야겠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반면 고슬기는 "할 만 하던데요?"라며 의욕을 보였다. 이어 "처음 해보는 일이라 어색하고 실수할까 봐 걱정도 됐지만 좋은 경험이었다"라며 즐거워했다.
진행요원 업무를 무사히 마친 둘은 관중석에서 남은 경기를 조마조마하게 지켜봤다. 뛰고 싶은 간절함이 아쉬운 표정에서 묻어났다. 울산은 제주와 2대2로 비기고 말았다. 전반 1분 만에 제주 서동현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지만 전반 33분 김신욱이 승부의 추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7분 이근호의 역전골로 앞서간 울산은 승리가 눈앞에 보였다. 그러나 경기 종료 직전 제주 송진형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얻어맞고 승점 1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울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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