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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거나 나쁘거나' 달콤한 우천취소가 가진 양면성

by 이명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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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덕아웃에서 이를 보는 감독의 마음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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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8개 구단 감독들이 으레 하는 말이 있다. "순리대로 하면 된다." 우천취소는 팀 상황에 따라 반갑기도, 야속하기도 하다. 연패에 빠지는 등 뭘 해도 안 될 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을 때도 있다. 하루의 휴식은 재정비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정말 잘 나가거나 상대가 쉬운 상대면, 솔직한 마음으론 경기를 하고 싶다. 그런 솔직한 감정을 감춰주는 말이 바로 '순리'다.

우천취소로 연패 스트레스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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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취소로 인한 휴식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다.

LG는 12일까지 최근 14경기서 2승12패의 부진에 빠져있다. 어느새 순위는 7위까지 추락했고, 점점 다른 팀들과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14경기 승패 패턴은 매우 간단했다. 6연패 뒤 2연승, 그리고 다시 6연패다. 연패를 끊었을 때 등장한 게 있다. 바로 화제의 중심이었던 '덕아웃 노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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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6연패 중이던 지난달 29일 인천 SK전. 2회말 진행 도중 갑작스런 비로 경기가 중단됐다. 가라앉아있던 팀 분위기는 누군가 내뱉은 '노래 한 번 해봐라'라는 말에 확 살아났다. 윤진호의 댄스와 오지환의 노래, 그리고 이어진 최태원 코치의 열창은 '올해도 떨어지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선수들을 두려움에서 구출해냈다.

자칫 잘못 하면, 오해를 살 수 있는 연패팀의 노래 한 판. 이는 연패에 빠졌을 때 계속해서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원인이 '정신적 스트레스'라는 걸 증명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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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이후에도 두 차례나 연패를 끊을 기회가 있었다. 5일과 6일 잠실 경기가 취소된 뒤 치른 7일 잠실 두산전에선 주키치-니퍼트라는 두 에이스의 호투 속에 연장 12회 승부서 2대3으로 석패했다. 하지만 11회 1-2로 역전당한 뒤 투수 김광삼을 대주자로 내보내는 초강수를 두면서 동점을 만드는 등 끝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졌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이 살아있는 모습, 연패팀에선 좀처럼 관찰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11일 경기가 취소된 뒤 치른 12일 대구 삼성전도 마찬가지였다. 1회 실점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역전에 성공했고, 재역전에도 동점을 만드는 집중력을 보였다. 비록 최형우에게 3점을 맞고 무너졌지만, 9회 '끝판대장' 오승환을 상대로 2점을 뽑아내며 1점차로 압박하기도 했다. 우천취소 후엔 언제나 연패팀이라고 볼 수 없는, 끈질긴 모습이 나왔다.

29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LG와 SK의 경기가 열렸다. 2회말 비가 오면서 경기가 중단되자 LG 최태원 코치가 즉석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6.29.

긴장 풀리거나, 컨디션 조절 실패하거나

반대의 경우도 있다. 스트레스를 풀어주다 못해, 긴장감까지 풀려버린 경우다. 흔히 우천취소가 '독이 됐다'고 말하는 케이스다.

12일 광주 KIA-롯데전이 대표적이다. 경기 초반 양팀 모두 실책으로 '나사 풀린' 모습을 보였다. 롯데는 상대 실책과 KIA 선발 소사의 폭투로 1회초부터 가볍게 선취점을 올렸다. 1번타자 전준우는 후속안타 없이 홈에 무혈입성했다. 하지만 롯데도 만만찮았다. KIA에 1회말부터 폭투와 송구미스로 2점을 헌납하며 곧바로 역전을 허용했다.

1회부터 실책이 잇따른다는 건 역시 경기 감각 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비로 이틀, 휴식일인 월요일까지 합쳐 총 3일을 쉬고 나왔기에 야수들은 수비에서 감을 잡기 어렵다.

타석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랜 휴식은 타자들의 타격감에 있어 가장 큰 적이다. 배팅훈련을 아예 쉬는 건 아니지만, 실내 훈련은 한계가 있다. 게다가 실전과 훈련의 배팅은 감부터가 다르다. 롯데 타선은 7안타를 쳤지만, 산발에 그치며 1회 이후 추가점을 내는 데 실패했다. 타선의 응집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모습이었다.

투수의 경우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최근 연투가 잦았던 불펜진에겐 우천취소가 반갑다. 투구수와 등판일을 조정해준다고는 하지만, 언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에 불펜투수들은 항상 긴장한 상태로 대기한다. 아예 스파이크도 신지 말고 쉬라는 코칭스태프의 지시가 있어야 비로소 마음 편히 쉴 수 있다.

반면 선발투수는 잦은 등판 스케줄 변경으로 인해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다. 장마철엔 3일 내내 선발투수로 예고되는 일도 있을 정도다.

특히 등판이 승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에이스급 투수들의 경우 더욱 심하다. 4,5선발 투수의 경우 비로 로테이션을 건너뛰는 일이 많지만, 잘 던지는 투수는 꼭 쓰고 싶은 게 감독의 마음이다. 장마철 컨디션 관리 역시 에이스의 숙명인 것. 반대로 4,5선발 투수들도 오랜 휴식 뒤에 등판할 경우, 루틴이 깨지는 상황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12일 광주무등야구장에서 프로야구 KIA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KIA 공격 때 갑자기 내리는 많은 비로 인해 경기가 잠시 중단 됐다. 5대1로 경기를 끌려가는 롯데 선수들이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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