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꼭 닮은 경기였다.
SK 투수 박정배가 최고의 외국인 투수 두산 니퍼트를 이겼다. 박정배는 1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친정팀 두산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생애 첫 선발승을 거뒀다. SK의 3대0 승. 지난 2005년 데뷔한 박정배가 선발로 등판한 것은 이날이 통산 5번째, 올시즌 3번째였다. 그 이전 4차례 선발에서는 3패만을 당했던 박정배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7이닝을 던지면서 두산 타자들을 3안타 1볼넷으로 꽁꽁 묶었다. 선발진을 꾸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는 박정배의 호투로 귀중한 1승을 올릴 수 있었다.
상대 선발은 전날까지 9승에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중이었던 2m3의 장신 더스틴 니퍼트. 경기전 예상에서는 니퍼트가 압도적인 피칭으로 박정배를 누를 것이라는게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박정배는 예상을 비웃듯 뛰어난 완급조절 피칭으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두산은 박정배를 상대로 3루조차 밟아 보지도 못했다.
압권은 6회였다. 선두 오재일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박정배는 김동주 양의지 이원석을 모두 플라이로 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났다. 김동주를 상대로는 볼카운트 3B에서 4구째 스트라이크를 던진 뒤 5구째 143㎞ 몸쪽 높은 직구로 1루수 플라이를 유도했다. 양의지 역시 138㎞짜리 높은 직구에 배트를 돌렸지만, 포수 파울플라이가 됐다. 이원석은 139㎞ 높은 직구를 잘 받아쳤으나, 좌익수 정면을 향했다.
니퍼트는 2회 난조를 보이며 3점을 한꺼번에 내주기는 했지만, 이후 7회까지 추가 실점을 막으며 박정배와 팽팽한 투수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단 한 번도 흔들임이 없던 박정배의 완승이었다.
박정배는 두산 출신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두산서 방출을 당한 박정배는 자유계약 신분으로 SK의 부름을 받았다. 두산에서는 주로 중간계투로 뛰었으나, 활약상이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았다. 두산이 박정배를 필요 인원에서 제외한 것은 미래의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이다.
SK는 중간계투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박정배를 데려왔다. 시즌 초 1,2군을 오르내렸던 박정배는 지난달 24일 광주 KIA전서 시즌 첫 선발등판을 했다. 당시 6⅓이닝 동안 2안타 무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피칭을 하며 이만수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 감독은 그 이전 박정배를 롱릴리프로 기용하며 그에게 선발 등판 기회를 주려고 했다. 이어 6월30일 인천 LG전서는 3⅔이닝 5안타 4실점으로 선발패를 기록했다. 지난 7일 대전 한화전서 중간투수로 나가 1⅔이닝 무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진 박정배는 6일만에 다시 선발로 등판해 생애 최고의 호투를 펼쳤다.
이날 박정배는 140㎞대 초중반의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을 고루 던졌다. 높낮이에도 변화를 주며 두산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빼앗았다.
박정배는 경기후 "정신없다. 무엇보다 연패 이후 연승에 보탬이 돼 더 기쁘다"며 "유독 올해 용병들과 많은 대결이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더 자신감을 갖게 했다. 수비의 도움도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천=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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