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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4구', 다음 타자와 던진 투수 심정은 어떨까

by 김남형 기자
지난해 7월의 한 장면이다. 한화에서 뛰던 가르시아가 연장 10회말 2사 1,3루에서 고의4구를 얻고 있는 모습이다. 스포츠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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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4구를 던지는 쪽과 그걸 지켜보는 쪽의 기분은 과연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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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LG전에선 독특한 장면이 나왔다. LG가 이날 5회와 7회에 고의4구 사인을 냈는데 모두 박석민 타석때였다. 박석민은 KBO가 기자단투표로 시상한 '2012 프로야구 R&B(알앤비) 6월 MVP'의 주인공이었다. 최근 가장 잘 맞고 있는 타자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대기타석의 타자는 두번 모두 최형우였다. 지난해 홈런왕 출신이다. 올시즌엔 그다지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첫번째 고의4구 이후 최형우가 볼넷을 얻었다. 또한번의 고의4구가 나왔을 때 최형우는 이날 승부의 결정타가 된 3점홈런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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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의4구 1위였던 최형우

올해 8개 구단 타자 가운데 14일 현재 넥센 강정호가 5개의 고의4구로 가장 많다. 지난해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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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지난해 최다 고의4구를 얻은 타자가 바로 최형우였다. 133경기에서 무려 15개였다. 2위였던 두산 김현수의 9개, 3위였던 롯데 이대호(현 오릭스)의 8개와 비교해도 상당히 많은 수치다. 올해까지 최근 4시즌을 살펴보면 최형우 외에는 2009년의 KIA 최희섭이 13개로 두번째였다.

그랬던 최형우가 불과 1년만에 이번엔 바로 앞 타자가 두번 연속이나 고의4구로 걸어나가는 걸 지켜봤다. 화가 나기 이전에 기분이 묘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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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4구는 대기타석의 타자에겐 분명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때론 포스아웃 상황으로 수비 편의를 위해 일부러 고의4구로 1루를 채우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다음 타자에겐 유쾌한 일일 수 없다.

최형우는 이날 경기후 "자존심 상하거나 그렇진 않았다"고 답했다. 이건 사실 립서비스라는 걸 모두가 알고있다. 홈런을 맞은 상대투수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함이다. 이런 일이 있은 뒤 "고의4구가 나와서 정말 기분 나빴다. 반드시 홈런을 치고 싶었다"라고 답변할 타자는 없다.

이날 경기 상황에 대해서 모 해설위원은 "다른 무엇보다도, 지난해 홈런왕을 차지하면서 고의4구 1위를 기록했던 최형우가 순간적으로 마음이 서글프기도 하고 독기도 품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한경기 고의4구 2개 던진 오승환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도 올해 독특한 경험을 했다. 지난달 20일 KIA와의 경기였다. 0-0으로 끝난 이날 경기에서 오승환은 연장 10회에 1이닝 동안에만 고의4구를 2차례 던졌다.

올해 오승환의 고의4구는 모두 3개. 2005년 데뷔해부터 올해까지 고의4구 개수는 1-0-3-2-1-0-0-3 순이다. 오승환은 "한경기에서 고의4구를 2개 내준 건 야구하면서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투수에게 고의4구 자체는 벤치 사인이기 때문에 별다른 느낌이 없을 것이다. 벤치에서 타자들에게 희생번트 사인을 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냥 던지면 된다. 다만 '고의4구 사인이 나올만큼 급박한 순간이니 후속타자에게 적시타를 내주면 안 된다'는 부감은 있을 것이다.

고의4구를 던질 때, 투수들도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까. 오승환은 이에대해 "팀이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니까 별 느낌은 없다. 그 상황에서 '거르지 않아도 내가 막을 수 있는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같은 팀의 베테랑 셋업맨 정현욱도 "자존심 상하고 그런 것 없다. 대신 다음 타자는 꼭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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