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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완승' 수원에겐 최악의 시나리오

by 이지현 기자
사진=TV조선 캡쳐, 수원의 공격 진행 방향은 → 7명의 선수가 중앙선을 넘어 포진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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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안 좋은 시나리오는 없으리라. 무득점 3연패, 11실점. 수원 출신 두 선수에게 한 방씩을 얻어맞았으며 더욱이 루이스에게는 전북 소속 마지막 경기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했다. 아직도 전북, 서울에 이어 3위 자리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중요한 건 순위나 승점 같은 수치가 아니라 무너질 대로 무너진 팀 분위기와 멘탈이 아닐까 싶다. 왜 수원은 전북에 완패할 수밖에 없었을까. 지금부터 그 요인들을 조목조목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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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벼랑 끝 수원의 간절함, 전방 압박으로 나타나

과장 전혀 없이 '벼랑 끝'까지 몰렸다. 정신적 무장이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는 처지였다. 5-0패, 0-3패라는 상황 속에서 이번만큼은 전북전 징크스고 뭐고 무조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간절했던 수원은 최근 경기들보다 많이 뛰며 더욱 높은 선에서부터 전북을 압박했다. 허리진에서부터 전북의 패스가 살아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려다 보니 지난 경남전에 비해 하프라인 근처에서의 파울이 많이 나왔고, 공격수들이 전방 압박에 적극적이었던 덕분에 슈팅 찬스도 간간이 잡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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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전주성에서 전북을 만났던 당시, 3-0으로 속절없이 무너졌던 때와도 다른 모습이었다. 그 경기에서 수원은 보스나-곽희주 중앙 수비 라인을 가동하고 곽광선을 수비형 미드필더에 배치하며 수비 대형을 짰는데, 이 진영은 1.5선에 배치된 전북의 드로겟-루이스-서상민에게 갈기갈기 찢기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엔 곽희주가 경고누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되자, 보스나-곽광선으로 중앙 수비를 꾸리고,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를 따로 두는 대신 이용래-오장은 중앙 미드필더 라인을 수비에 적극 가담시키는 방법으로써 대응했다. 일단 경기 초반만큼은 어느 정도 성공적인 모습이었다.

2. 수원의 흐름, PK 선제골 한 방에 와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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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흐름은 확실히 죽어있었다. 지친 모습이 경기 초반부터 확연히 드러날 정도였다. 수원이 주중에 휴식을 취하는 동안 전북은 수요일에 서울이라는 난적을 상대해야 했고, 3일 만에 부담스러운 수원 원정에 임해야 했던 것이다. 쉽지 않은 팀들을 상대하던 터라 또 한 번 베스트 자원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폭우까지 겹쳐 팀 전체의 기동력이 심히 떨어진 게 느껴졌다.

이런 전북을 경기 시작부터 괴롭혔던 수원, 하지만 이런 흐름이 한 방에 와르르르 무너진 장면이 있었으니 바로 신세계의 PK 헌납이었다.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에닝요에게 돌파를 내준다면 위험 진영으로 양질의 크로스가 들어올 게 뻔하므로 책임감을 갖고 끊어내야만 했다. 다만 페널티 박스 안의 수비 숫자가 부족하지 않았던 터라 무리하게 몸을 들이대기보다는 끝까지 따라가 바깥으로 몰아내면서 팀 동료의 커버 플레이를 기다리는 게 더 현명한 수비 방법이었을 것이다. 선수 쪽으로 붙어 강하게 수비하려던 신세계는 결국 에닝요에게 PK 선제골을 내주었고, 수원의 흐름도 소강상태로 바뀌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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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에서 수원의 로테이션에 대해서도 한번 지적해보고 싶다. 신세계의 경험적, 실전 감각적인 측면이 아쉬웠는데 어쩌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오범석만을 고집했던 윤성효 감독이 제 살을 깎아 먹은 건 아닌가 싶다. 오범석이 믿음직한 넘버원 카드는 맞을지라도 이번 전북전처럼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을 때 공백을 확실히 메워줄 넘버투 카드가 없다는 게 수원의 문제였다. 게다가 넘버원 오범석 카드마저도 연이은 K리그 일정에 대표팀까지 오가면서 방전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이런 언급을 하는 이유? 다음 단락에 또 있다.

3. 수원이 또 한 번 무득점 완패를 한 이유?

전북이 한 골을 앞섰다고는 하나 지친 기색은 더욱더 심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수원의 경기력이 역전승을 거둘 정도로 완벽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힘 빠진 전북을 맘껏 갖고 놀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는 중앙 미드필더 라인의 역할 수행 부족을 꼽고 싶다. 수원은 스테보-이상호, 그리고 측면의 에벨톤C-서정진, 기본 4명으로 공격진을 꾸렸다. 그 과정에서 측면 수비들의 오버랩 가담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을 땐, 중앙의 이용래-오장은 라인이 위로 과감히 올라가 공격적인 지원에 열을 올려야 했다. 이와 함께 수비 라인도 끌어올려 라인 간 간격을 좁힌 콤팩트한 경기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해야 공격이 끊겨도 전북의 공격을 윗선에서부터 차단해 재차 공격을 시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하지만 수원은 공격 4명과 나머지 선수들의 간격이 벌어져 따로 노는 경우가 허다했다. 라인을 끌어올리면 뒷공간을 내주는 위험 부담도 생기는 게 사실이지만 오히려 위에서부터 조여주어야 전북의 닥공을 틀어막을 수 있었다는 판단이다. 이용래-오장은 라인이 처져있다 보니 전북은 빨간 색으로 표기해놓은 부분에서 교체 투입돼 쌩쌩한 이승현을 필두로 공격을 전개할 여유가 있었고, 여기서 살아나간 패스가 결국 두 번째, 세 번째 골로까지 이어졌다. 중앙의 힘이 떨어질 무렵부터 투입 가능한 교체 선수를 찾아봤는데 박현범, 조지훈 정도가 적합해 보였다. 하지만 윤성효 감독은 두 번째 골을 내주고서야 조지훈 카드를 꺼내 들었고, 그땐 이미 승부가 어느 정도 기운 상황이었다.

여기서도 로테이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보려 한다. 스플릿 시스템 14경기까지 더하면 아직도 2012시즌은 절반도 안 지났다. 44경기 중 남은 경기가 아직도 23경기인데 벌써 배터리에 빨간불이 들어온 선수들이 여럿 보인다. 앞서 언급한 오범석과 함께 이용래도 그런 케이스. 항상 평타 이상의 무난한 플레이는 보여주지만 그 활동량과 범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용래가 나가면 박현범이 뛰면 된다고? 여기에 부상자라도 속출하면 중앙만 무너지는 게 아니라 팀 전체가 무너질 수 있음을 확실히 인지해야만 한다.

신세계, 조지훈 등 대체자를 키워내는 작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특히 강호들과의 연전이 펼쳐질 9월의 스플릿 시스템에 돌입하기 전, 객관적 전력 면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하위권 이하의 팀들과의 경기에서 이들을 적극 활용해 여러 가지 카드를 갖춰 두어야만 한다. 선수들 면면만 화려하고 탄탄한 게 아니라 실제로 경기에 투입돼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선수층을 마련해두어야만 한다. 이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득점 3연패, 3경기 11실점이라는 성적보다 더 처참한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감히 경고하고 싶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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