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팀 전력의 한 축이다.
그라운드의 야전사령관이자 정신적 지주다. 주장이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굳이 완장을 차지 않더라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동료들의 조화를 돕고 흐름에 맞춰 동기부여를 하는 역할도 한다. 아무리 좋은 전력과 전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하나로 뭉치지 못하면 힘이 발휘될 수 없다.
최근 수원의 모습을 보면 '리더 부재'도 부진에 한 몫을 하는 듯 하다. 위기의 순간 팀을 이끌어 주는 선수가 없다. 올 시즌 주장을 역임하고 있는 곽희주가 그나마 눈에 띄지만 곽광선과 보스나, 오범석, 양상민에 주전자리를 내주면서 입지가 줄어들었다. 다른 주전 선수들 중에서도 확실하게 구심점 역할을 할 만한 선수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 선수들의 의욕은 충만하다. 코칭스태프와의 의사소통도 큰 문제 없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경기 중 벌어지는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포지션 별로 따로 놀면서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벤치에서 작전지시를 내리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세 경기 모두 똑같이 이어진 단순한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원인이다.
그동안 수원은 박건하와 서정원, 이운재, 이병근, 최성용, 김남일, 김대의 등 승부욕이 넘치는 선수들로 즐비했다. 위기 상황에서도 이들을 중심으로 뭉쳐 숱한 역전승을 일궈냈고 리그 정상까지 치고 올라갔다. 수원이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구심점이 될 만한 베테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전노장들이 떠나면서 빈 자리를 채운 것은 신예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선배들이 보여줬던 투혼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리더의 부재는 세대교체의 아픈 산물이다.
당장 변화를 주기는 힘들다. 외부에서 베테랑을 데려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다 효과도 미지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 한다. 선수들끼리 구심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여러가지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위기가 거듭되면서 선수들 사이에서 '제대로 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경남전과 전북전에서 울려퍼진 수원 서포터스의 비난은 달게 받기로 했다. 코칭스태프도 발벗고 나섰다. 서정원 고종수 김진우 등 수원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선배들이 조언자 역할을 하며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급하게 몰아붙이기 보다 서서히 분위기를 바꿔가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리더가 꼭 개인일 필요는 없다.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뛸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지금 수원에 필요한 처방은 주인의식과 사명감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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