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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 기자의 광화문연가 After Story]김성령은 나이 덕분에 행복하다

by 박종권 기자
여배우 김성령이 '연예 in TV'의 인터뷰 코너 '광화문 연가'에 출연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사진제공=연예 in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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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 기자의 광화문연가 After Story]김성령은 '나이' 덕분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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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여배우인 김성령과 만난 건 2012년 3월 중순.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mbc에브리원) 촬영을 마치고, 영화 '아부의 왕'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라마 ' 신드롬'(jtbc)엔 출연 중이었고, 드라마 '추적자'(SBS) 출연을 앞두고 있었다. 작품 수만 나열해도 한창 바쁠 시기였다. 그래서 평소 친분이 있던 소속사를 통해 일찌감치 김성령 인터뷰 섭외를 마쳤다.

인터뷰 약속을 한 3월의 어느날 오후 2시, 홍대 앞 한 카페에서 '연예 in TV - 광화문연가' 제작진과 함께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30분 가량 이리저리 카메라와 조명기를 세팅하고 있는데, 김성령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인터뷰 시간인 3시보다 30분 일찍 도착한 것. 솔직히 적잖이 당황했다. 약속 시간에 조금 늦는게 대부분이고 딱 맞춰 오면 고마운게 스타들인데, 김성령은 30분이나 먼저 나타났으니 놀랄 수밖에. 신인들도 늦는게 기본인 요즘, 중견 스타가 먼저 와서 차분히 인터뷰 촬영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신선함을 넘어 신기하게까지 비쳐졌다. 그렇게 기품있는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는 김성령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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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령의 이미지는 화려하고 세련된 차가운 깍쟁이,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표독한 중전마마다. 작품에서 비슷한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일텐데, '추적자'에서 맡은 재벌 2세 서지수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뼛속부터 재벌인 서지수 역의 김성령은 예전에 보여줬던 독한 캐릭터보다 더 독한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차도녀' 이미지인 김성령과의 대화는 예상 밖 아니, 상상 밖이었다. 지레 걱정했던 차가움은 느낄 틈도 없었다. 쉼 없는 수다에 웃음과 재치가 넘쳤다. 1시간 조금 넘는 인터뷰 동안 여배우 김성령과 인간 김성령의 사이를 오가는 재미있는 줄타기를 한 거 같았다. 여배우로서 지켜야 할 격식과 가식 없는 인간 김성령을 오간 시간이 즐거웠다.

솔직하게 인터뷰에 나선 김성령.사진제공=연예 in TV

미스코리아 전성시대였던 1988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인 김성령에게서 당시 미스코리아들의 스토리를 들었다. 김성령의 귀여운 자랑과 함께 솔직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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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출전할 때 '내가 일등할거다' 이런 생각은 없었고 그냥 '8명 안에는 들겠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나갔어요. 합숙을 20일 정도 하면 분위기가 몰려요. 주위에서 '언니가 될거 같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8명 안에는 들겠구나 생각은 했는데 뜻하지 않게 1등인 진이 됐죠. 정말 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얼떨떨했죠. 그런데 한동안 다른 친구가 제가 진이 된 거 때문에 저를 미워하기도 했죠. 아무래도 경쟁상대였으니까요. 재미있는 건 진이든 미든 8명 안에 된 모든 사람들이 자부심이 있고, 자기가 제일 예쁜줄 알아요. 자기가 제일 예쁜데 그날 운이 안 좋아서 8등을 한거고 미가 된거지 내가 진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거 같아요.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하는데, 그때는 서울 시내 카퍼레이드도 했어요. 요즘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때는 길을 다 막고, 꽃차에 타서 카퍼레이드했어요. 진이라고 제일 높은데 서서 시민들한테 손 흔들고 그랬죠."

김성령은 미스코리아 대회에 대해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겐 꽤 오래 전의 일이겠지만 김성령에겐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고, 행복했고, 자랑스러웠던 최고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20대 초반, 눈 부시게 아름다웠던 시기. 김성령의 소심한 자랑을 듣고 있는 게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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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진으로 화려하게 연예계에 데뷔한 김성령은 한동안 승승장구했다. 미스코리아가 되고 곧바로 KBS 간판 연예정보 프로그램인 '연예가중계'의 MC를 맡았고, 스포츠뉴스도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심지어 연기자 도전작이었던 영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춘사나운규영화예술제의 신인상을 휩쓸었다.

"그때는 성과가 나오니까 '연기가 쉽네' 이렇게 생각했어요. 첫 작품에서 상을 다 받고 감독님이 시키는대로 한 거 같은데 '연기가 그냥 뭐 이런거구나', '나는 하면 되는구나'란 생각에 자신감이 아니고 그런 결과가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그런데 그 다음에 작품이 없잖아요. 그때는 '적당히 활동하다가 결혼하고 그냥 집에서 살림하면 된다'라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제가 긴 시간 활동을 할거라고 생각도 못했죠. 그런데 활동을 해보니 조금 더 젊었을 때 악착같이 했었어야 되는데 생각이 들어요. 생각하면 되게 아쉬운데, 그때는 너무 욕심이 없었어요. 신인상 받은 게 그게 끝이에요. 드라마는 꾸준히 그냥 했었요. 대표작이라는 것도 없이..."

김성령이 즐겁게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사진제공=연예 in TV

김성령은 화려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자신의 인생을 숨기거나 미화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 소위 말하는 톱스타병에 빠져 있었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나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현재의 그녀에게선 스타의 반짝임보다는 사람 김성령이 보였다. 그리고 지금은 여배우로서 더 많은 욕심을 내고 있다.

"와이어 달고 액션연기 해보고 싶긴한데 너무 늦었잖아요. 젊었을때 해야되는데 왕비 역을 해서...(웃음) 그런데 신기해요, 제 자신이 헷갈릴 때가 있어요. 어릴 때부터 부유한 집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정말 평범하게 살았는데 의사, 변호사 아니면 CEO 이런 역할만 하니까. 저도 헷갈리는거에요. 왜 다들 그런 이미지로 보는지? 사실 진짜 털털하고 떨어진 거 주워먹고 그러거든요. 화면에서 보면 '나한테도 저런면이 있나?' 제 자신을 새롭게 생각할 때가 있죠. 지금은 막 망가지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말로는 '연기 욕심 없다'고 하면서도 실은 다 하고 있잖아요. 연기 욕심이 있는거죠.(웃음) 전 아직도 칸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걷는 꿈을 꾸고 있어요. 칸에서 드레스 입고 레드카펫을 걷고 싶어요. 요즘은 우리나라 배우들이 해외에서 상도 받고 하잖아요. 부러워요. 전도연씨 상 받을 때 정말 부러웠죠."

자존심이 절반인게 여배우들이다. 그런데 김성령에게서 '누군가가 부럽다'는 솔직한 얘기를 들을 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주인공으로 사는 여배우인 줄 알았던 김성령이 주연 욕심을 당당히 밝혔다.

"사실 지금도 만족하고 감사하고 영화, 드라마를 할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해요. 정말 감사하긴 한데 '주인공이 해보고 싶다' 이런 느낌이 있어요. 조연도 나름대로 자기 역할이 있죠. 그렇지만 내가 주인공이 돼 작품의 98%이상의 장면을 책임져야 된다는 게 무거운 짐이고 너무 힘들거 같고, 겁이 나긴 하지만 한번 해보고 싶은 거죠. 쉬는 날이 하나도 없잖아요. 전 몇일만 밤새도 죽을 거 같거든요. 그래도 해보고 싶어요."

'광화문연가'에 출연해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나섰던 김성령.사진제공=연예 in TV

인터뷰 내내 김성령은 밝았고, 기분이 좋아보였다. 마치 지금 순간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김성령에게 아예 '행복하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 행복의 원천이 어디인지 물었다.

"행복해요. 지금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나이 때문인거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여유라는 것도 생겼고, 굉장히 마음이 오픈마인드가 된 거 같아요. 많이 받아들일 준비가 됐고, 많이 담을 준비가 됐기 때문이에요. 젊었을 때는 안 그랬던거 같아요. 많이 차단했죠. 지금은 세상을 넓게 보게 되고, 받아들이니까 충만한 느낌이 드는거 같아요. 그래도 나이 들면서 조심해야 할 부분들이 있더라구요. 많이 안다라고 착각을 하는 거예요. 실제로 나이가 드니까 저절로 알아지는 게 있어요.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살면서 알아지는 게 있더라구요. 그러다보니까 '내가 많이 안다'라고 생각해서 남을 자꾸 비판하고, '내가 옳다'라고 계속 주장하고 말이 많아져요. 저도 가끔 촬영 현장에서도 조심하려고 노력해요. '왜이러지? 왜이러지?' 할 때가 있죠."

'행복하냐?'는 질문에 '가족 덕분에 행복해요'라는 상투적인 대답이 나오진 않을까 했는데, '나이 때문에 행복하다'는 말은 진심으로 느껴졌다. 40대 여배우가 '나이'를 직접 얘기했다는 건 분명하게 무언가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자신을 충분히 인식하고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김성령은 현재의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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