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 콘텐츠로 자리잡은 한국 프로야구는 올시즌 700만 관중을 넘어 800만명까지 바라보고 있다. 야구장마다 관중이 넘쳐나고 있다. 야구 수준도 높아져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야구 강국들이 모두 출전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준우승까지 차지하며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프로야구는 국민스포츠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야구 인프라는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몇몇 구장에는 원정팀 라커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선수들이 복도에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있다. 취재진과 구단 프런트가 오가는 공간에서 식사를 하는 일까지 있다. 돔구장 이야기가 나온 지 10년 가까이 되는데도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대표팀의 야구 수준을 보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경기장을 보면 깜짝 놀랄 것 같다.
17일 목동구장에서 한국 프로야구 인프라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조명등이 꺼져 두 차례나 경기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클리닝 타임이 끝나고 롯데의 6회초 공격이 시작되기 직전인 밤 8시9분, 목동구장 3루 덕아웃과 본부석 뒤 중간에 설치된 라이트의 조명 일부가 꺼진 것이다. 이 때문에 롯데의 6회초 공격이 6분 정도 늦어진 밤 8시15분쯤 시작됐다. 그렇다고 조명을 수리한 것도 아니고, 보조등을 가동한 것도 아니다. 조명 4개가 꺼진 상태에서 경기가 재개됐다.
물론, 조명 4개가 나갔다고 경기를 못할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목동구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의 설명이 기가 막히다. 과부로 인한 것 같다는 추측만 있을 뿐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었단다.
경기는 밤 8시57분쯤 김시진 감독이 심판진에 어필하면서 다시 중단됐다. 본부석 오른쪽 라이트의 조명 5~6개가 추가로 꺼진 것이다. 경기는 7분 간 중단됐다. 동네야구장이 아니라 프로야구가 열리는 야구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라이트 이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6월 14일 KIA전 7회말 넥센 공격 때도 라이트가 꺼져 경기가 14분간 중단된 적이 있다. 그때도 서울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원인불명이라고 했다. 넥센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서울시체육시설관리소 측은 한국전력에 문의해보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달 만에 라이트 이상이 재발한 걸 보면 따로 조치를 취한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넥센이 서울시 소유인 목동구장을 공짜고 쓰고 있는 것도 아니다. 매경기 수익금의 일부를 서울시에 지급하고 있다. 관중수가 늘 수록 이 금액은 커진다. 그런데도 기본적인 시설조차 관리하지 못하는 서울시를 보면 무책임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지난해 6688명이었던 넥센의 홈경기 평균 관중은 올해 1만522명(40경기 기준)으로 대폭 증가했다.
경기가 갑자기 중단되면 흐름이 끊겨 선수들의 리듬이 깨진다.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피해는 양팀 뿐만 아니라 경기장을 찾은 서울시민에게 이어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5월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화전 때 시구자로 나서는 등 넥센, 나아가 프로야구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박 시장은 지난 6월 4일 잠실구장에서 서울을 연고로 하는 넥센과 두산, LG와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 야구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야구발전을 위해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워크숍까지 열었다. 야구인들은 박 시장의 깊은 관심에 고무가 됐고, 큰 기대를 걸었다.
박 시장이 목동구장 라이트가 꺼진 소식을 접하고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궁금하다.
목동=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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