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31)은 지난 7년간 맨유에서 중책을 많이 맡아왔다.
경험이 쌓일수록 모든 대회의 우승을 위한 주전멤버로 활약했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할 때는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맡형 역할을 했다.
A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초 카타르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기 전까지 주장을 수행했다. 혁신을 이뤄냈다. 조용한 카리스마와 맨유식 리더십으로 대표팀 내 병폐를 모조리 뜯어고쳤다.
새로 둥지를 튼 QPR(퀸즈파크레인저스)에서도 그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 주장 완장을 찼다. 중앙 미드필더로 팀을 진두지휘했다. 17일 QPR 데뷔전을 치른 박지성의 모습이었다.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마크 휴즈 QPR 감독은 박지성을 모든 면에서 팀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프리시즌 직전에도 "박지성은 팀 전력의 핵심이다. 맨유에서 이적해온 것만봐도 그의 능력을 알 수 있다"며 무한 신뢰를 보였다.
'뜨거운 감자'인 QPR 주장 테스트에 박지성이 첫 주자로 나선 이유다. 단지, 아시아 투어라고 해서 박지성에게 주장 완장을 맡긴 것은 아니었다. 휴즈 감독에겐 정말 박지성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주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평가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휴즈 감독은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사바한 FA와의 프리시즌 첫 경기에서 박지성은 '중원의 지휘자'로 변신시켰다. 지난시즌까지 조이 바튼과 션 데리가 뛰었던 자리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활용법과는 정반대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윙포워드로 사용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골을 노리게 했다. 대표팀에서도 박지성의 주 포지션은 측면 공격수였다.
그러나 휴즈 감독은 박지성을 애초부터 팀의 척추에 세웠다. 지난시즌 최종전에서 비신사적 행동으로 12경기 출전 징계를 당한 바튼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전략도 숨어있다. 또 투톱과 스리톱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전술에서 폭박적인 스피드와 파워를 갖춘 숀 라이트-필립스와 앤디 존슨이 윙포워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휴즈 감독은 박지성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 안정된 공수조율 능력과 날카로운 패싱력을 기대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렇다면 박지성이 휴즈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시즌 개막 전까지 완벽에 가까운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프리시즌 첫 경기에서 박지성의 몸은 다소 무거워 보였다.
달콤한 휴식을 끝내고 훈련을 시작한지 일주일 밖에 안된 나머지 선수들도 비슷했다.
공격력을 좀 더 끌어 올려야 한다. 사바한전에서 박지성은 슈팅 1개가 전부였다. 비록 전반 45분 밖에 소화하지 않았지만 공격 본능을 깨우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특히 빠른 패스 전개의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 쉴 시간이 없다. 패스를 주고 다시 패스를 받으러 쫓아가야 한다. 맨유에서 수비력은 인정받았지만, 점점 공격력은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수비적인 부분이 필요할 때만 박지성을 투입한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깰 시간이다. 모든 시선이 박지성에게 쏠려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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