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잠겨있던 대포들이 후반기에는 터져줄까.
KIA의 올 시즌 전반기는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주전 3루수 이범호는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개막전때는 주포 김상현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에이스 윤석민의 컨디션도 썩 좋지 못했고, 양현종과 한기주 김진우 등 마운드에서 팀에 힘을 보태줘야 할 젊은 선수들도 부상과 부진으로 큰 기복을 경험했다. 어쩌면 이런 분위기에서도 승률 5할을 맞춘 것이 대단한 성과라고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시즌 전반기 내내 KIA가 고전했던 이유는 홈런의 실종에서 찾을 수 있다. 전반기 종료를 1경기 남겨둔 18일 현재, KIA의 팀 홈런은 23개 밖에 안된다. 8개 구단 중 최소일 뿐만 아니라 팀 창단 후 역대 전반기 기준 최소홈런 기록이다. 이전까지 최소기록은 2006년에 기록한 31개였는데, 19일 경기를 치르더라도 역대 최소 팀홈런의 불명예를 피할 수는 없다.
홈런의 실종으로 인해 팀의 공격 스타일은 늘 답답했다. 점수차를 쉽게 좁히거나 달아나지 못했고, 늘 어렵게 1~2점씩 추가하는 패턴이었다. 후반기에도 이런 패턴이라면 상위권 진입 가능성은 줄어든다.
때문에 KIA가 후반기에 전세를 역전하기 위한 필수 요소가 바로 '홈런포 개방'이다. 기동력이나 공격의 짜임새는 다른 팀에 비해 전혀 뒤질것이 없는 KIA로서는 홈런만 제때 터져주면 득점력 증진에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쳐 줘야 할 선수'가 앞장서야 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김상현이다.
KIA의 주포로서 지난해 'L-C-K(이범호-최희섭-김상현)'포의 일원이었던 김상현은 올해 개막전이던 지난 4월 7일 인천 SK전 때 발생한 손바닥 부상으로 전반기를 사실상 개점휴업했다. 당시 타격 과정에서 왼쪽 손바닥 유구골이 부러지면서 수술을 받은 것. 이때만 해도 올해 후반기인 8~9월이나 돼야 팀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김상현은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며 전반기 막판에 팀에 합류하는 투혼을 보였다. 지난 15일 대구 삼성전에서 99일 만에 1군 경기 선발로 나선 김상현은 복귀 세 번째 경기인 18일 광주 두산전에서 드디어 시즌 첫 홈런을 터트렸다.
상당히 의미가 큰 홈런이다. KIA의 입장에서는 드디어 '쳐 줘야 할 선수'가 홈런을 쳐 준 셈이기 때문이다. 그간 KIA가 '홈런리스' 증세에 시달린 이유는 바로 홈런을 쳐야 할 중심타자들이 침묵한 탓이다. 최희섭은 시즌 초반 기세를 올렸지만, 동계훈련 부족으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체력 고갈증세를 보였다. 이범호도 복귀 후에는 잠시 홈런포를 가동했다가 이내 허벅지 부상의 후유증에 시달리며 타구에 힘을 싣지 못했다. 결국 김선빈 안치홍 나지완 등이 팀의 홈런을 이끌어가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말았다.
하지만 김상현이 다시 팀의 중심대포 자리에 복귀하면서 막혀있던 팀의 홈런 수맥도 콸콸 터질 조짐이 보인다. 18일 광주 두산전은 그 가능성이 보인 경기였다. 김상현이 4번타순에 들어오자 팀 타선의 무게감이 달라졌다. 그 결과는 팀의 올 시즌 세 번째 멀티홈런이었다. 이전 두 차례(6월 28일 잠실 LG전 조영훈-김선빈, 5월 9일 대전 한화전 김선빈-안치홍) 때와는 달리 4번타자가 홈런을 쳐줬다는 것은 팀의 공격이 서서히 본 궤도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김상현의 컨디션이 완전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의 복귀로 인해 다른 선수들이 갖게 되는 자신감과 신뢰의 크기는 예전과 같다. 게다가 휴식을 취한 최희섭이나 이범호 역시 후반기에는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L-C-K포'가 다시 부활한다면 봉인돼 있던 KIA의 포문도 활짝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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