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에 두세차례 정도밖에 볼 수 없는 결코 흔하지 않는 장면이 있다. 에이스의 구원 외도다.
불펜 투수들이 믿음직하지 못하고 중요한 경기 일 때 선발투수가 불펜 피칭을 하는 날에 불펜 피칭 대신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것. 불펜피칭을 50∼60개 던지지 않고 구원으로 20∼30개만 던지기 때문에 별 무리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전과 연습의 긴장도와 어깨에 들어가는 힘의 차이로 인해 분명 무리가 따른다. 그만큼 팀 사정이 급하기 때문에 이뤄지는 일이다.
LG 주키치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러한 구원 외도를 했다. 지난 13일 넥센과의 경기서 선발등판해 2⅔이닝 만에 5실점하고 강판됐던 주키치는 17일 잠실 SK전에 구원 등판을 했다. 팀이 2-1로 앞서던 6회초 구원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유원상-봉중근에게 승리의 끈을 이었다. 이날 승리로 LG는 7연패에서 벗어났고, 주키치는 국내무대 데뷔후 처음으로 홀드를 따냈다. 그리고 이틀뒤인 19일 SK전에 다시 선발로 나왔다.
주키치는 지난해에도 이러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7월 5일 대전 한화전서 선발로 나와 8이닝 동안 123개의 공을 던졌던 주키치는 이틀만인 7일 대전 한화전서는 마무리로 나와 2이닝을 던지며 24개의 공으로 세이브를 챙겼다. 그리고 3일만인 10일 잠실 KIA전서 선발 등판해 6⅔이닝을 120개를 던지며 4실점해 패전투수가 됐었다.
올해는 지난해처럼 선발로서 투구수가 많지 않았고, 올스타브레이크로 주키치가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점에서 이후 후유증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주키치의 '샌드위치 등판'이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틀전 불펜에서 34개, 실전에서 34개 등 총 68개의 공을 던지고 다시 나온 주키치는 예전의 주키치가 아니었다. 4회까지는 좋았다. 54개의 공을 던지면서 안타는 단 2개만 허용하고 삼진 3개를 잡아내면서 SK 타선을 0점으로 봉쇄했다. 그러나 공을 던지면서 피로가 쌓였고, 결국 5회에 터졌다. 첫타자 김강민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안치용을 플라이로 잡아낸 주키치는 8번, 9번 타자를 상대하게 돼 편하게 5회를 마무리하고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교체될 것으로 보였다. 경기전 김기태 감독이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는 일이기 때문에 5회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기 때문. 그러나 쉽게 처리할 것으로 생각했던 하위타선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1점을 내줬고, 정근우와 최 정에게 또 안타를 허용하고 4점이나 내준 뒤에야 교체됐다.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제구가 되지 않았고, 치기 좋게 들어온 공을 SK 타자들이 어렵지 않게 쳐냈다.
지난해와 같이 구원으로는 성공했고, 다음 선발은 실패. 절반의 성공으로 봐야할 것 같다. 선발투수가 로테이션 중간에 구원 등판하는 것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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