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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20년전 포기했던 빙그레유니폼과 호투

by 김남형 기자
이순간, 박찬호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한화 박찬호가 19일 대전 삼성전에서 3회에 2사 만루 위기에서 진갑용을 뜬공으로 처리한 뒤 주먹을 쥐고 있다. 이날 한화 선수들은 '레전드 데이'를 맞아 옛 빙그레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다.대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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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박찬호가 20년전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했다면 그후 어떤 야구인생을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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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만약'이란 없다. 하지만 박찬호는 19일 대전 삼성전에서 20년전 일화를 떠올리게 만들 수 있을 만큼 호투했다.

빙그레 유니폼 입은 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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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이날 삼성전을 '레전드 데이'로 정해 여러 이벤트를 열었다. 한화 선수들은 줄무늬가 있는 옛 빙그레 유니폼 상의를 입었다. 지난 86년 리그에 뛰어든 빙그레는 94년부터 한화 이글스로 명칭을 바꿨다. 이날 레전드 유니폼 상의에는 '빙그레'가 아닌 '이글스'가 적혀있었다.

'레전드 데이' 행사는 한화가 야심차게 마련한 이벤트다. 송진우 코치, 장종훈 코치 등 이글스 출신의 6명의 레전드 플레이어가 경기전 야외무대에서 팬 사인회를 갖고 시구를 하게 된다. 전광판에는 레전드 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이날이 첫날이었고 주인공은 송진우 코치였다. 송 코치는 경기 개시 직전 가벼운 투구폼으로 시구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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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찬호는 5이닝 3안타 4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앞선 삼성과의 2경기에선 2패에 평균자책점 7.45로 부진했다. 그랬던 박찬호가 이날 만큼은 적재적소에 공을 뿌리며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보였다.

1회 1사 1루에서 이승엽을 상대할 때는 관록이 엿보였다. 모두 5개의 공을 던졌는데, 1,3,5구째에 몸쪽을 공략해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이날 이승엽은 박찬호 상대로 삼진 2개 포함,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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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에 입단할 수도 있었던 박찬호

박찬호는 92학번이다. 그에앞서 당시 빙그레는 공주고 졸업반인 박찬호를 영입 대상으로 삼고 스카우트 작업에 들어갔다. 그 시절의 박찬호는 조성민 임선동 등 쟁쟁했던 92학번 동기생들에 비하면 지명도가 약간 낮았던 게 사실이다.

어쨌든 빙그레는 협상 끝에 박찬호에게 계약금 5000만원을 제시했다. 당시 기준으로 고졸 선수에게 계약금 5000만원은 꽤 큰 돈이었다. 하지만 박찬호와의 계약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박찬호는 한양대로 진학했다. 그후 94년에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입단하며 모든 야구인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빅리그 통산 124승 투수의 경력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박찬호가 잠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친 뒤 빅리그에서 활약하기 시작하자 90년대 중반에 많은 언론이 '왜 빙그레(결국 한화)가 박찬호를 잡지 못했을까'에 대해 수차례 보도했다. 그중 한 루머가 바로 돈 문제였다. 빙그레가 너무 적은 계약금을 제시했다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돈 문제를 떠나 박찬호가 한양대와 가계약이 돼있었기 때문에 말을 바꾸지 않고 의리를 지킨 것이라는 얘기가 훗날 나오기도 했었다.

굳이 '인생극장'을 찍자면, 여러 가정이 나올 수 있다. 박찬호가 빙그레와 계약했다면 거물급 투수로 성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당시 한국프로야구는 출범한 지 10년밖에 되지 않은 미숙한 리그였다. 투수 육성 시스템이 지금에 비하면 굉장히 처졌다. 강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르치는 메이저리그에서 20대 초중반을 보낸 덕분에 124승까지 쌓을 수 있었다는 의견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미 20년 전에 선택할 뻔 했던 유니폼을 입고 이날 박찬호는 매우 좋은 피칭을 선보였다. 박찬호 외에는 누구도 모르는, 그 시절의 스카우트 비화들이 그의 머리속을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물론 박찬호는 이날 생애 처음으로 빙그레 유니폼을 입었다.

대전=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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