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쪽으로는 김선빈과 김원섭, 투수 쪽으로는 박지훈이다."
KIA 선동열 감독은 '신상필벌'이 확실하다. 열심히 노력해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들은 분명하게 칭찬하고, 게으르거나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선수들에게는 냉정하게 돌아선다. 올해에도 마찬가지다. 선 감독은 자비를 수 백만원씩 들여 팀 전체 타자들에게 수입 배트를 서너 차례나 선물하는가 하면, 몇몇 선수들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선 감독이 올 시즌 전반기 팀의 5할 승률을 이끈 '수훈갑'으로 김선빈과 김원섭, 그리고 신인투수 박지훈을 손꼽았다. 선 감독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19일 광주 두산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선빈이와 원섭이가 참 잘 해줬다. 신인투수 박지훈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고 호평했다. 과연 이들의 어떤 점이 선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을까.
작은 체구를 극복한 김선빈의 투혼
김선빈은 프로야구 선수 치고는 매우 작은 체구를 지녔다. 사실 선 감독이 처음 김선빈에게 그다지 큰 인상을 받지 못한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김선빈은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말했다. 특히 김선빈이 선 감독의 눈에 띈 것은 악바리같은 투혼 때문이었다. 상대에게 지지않겠다는 의지가 플레이에 배어 나왔다. 선 감독은 종종 "참 힘들 텐데도 정말 열심히 해주는 선수"라며 김선빈의 투혼을 인정하곤 했다. 결국 김선빈은 체력소모가 많은 유격수임에도 전반기 72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3할7리에 3홈런 35타점 38득점 21도루로 고른 활약을 펼쳤다.
KIA 김원섭은 고질적인 간염의 영향으로 체력에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베테랑의 헌신을 발휘하며 올해 전반기 팀의 핵심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6월 17일 군산 LG전에서 1회말 1사 2루 때 적시타를 날려 팀에 선취점을 안긴 뒤 김평호 코치(오른쪽)와 주먹을 맞부딪히는 김원섭. 군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간염에도 아랑곳 않는 김원섭의 헌신
팀내 고참급에 속하는 김원섭의 헌신 역시 선 감독에게는 큰 인상을 남겼다. 김원섭은 시즌 개막 직전까지도 주전보다는 백업 요원으로 거론됐다. 실력은 뛰어나도, 고질적인 간염으로 인한 체력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 감독은 "풀타임은 힘들 것이다. 수시로 교체해주거나 해서 체력을 안배해줘야 한다"는 김원섭 활용방안을 세워뒀었다.
그런데 올 시즌 전반기에 김원섭은 거의 풀타임 선발을 소화해냈다. 시즌 개막전에서 주포 김상현이 손바닥을 다쳐 수술을 받았고, 기대했던 신종길도 공수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자 김원섭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김원섭은 모처럼 신나게 치고 달렸다. 체력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아미노산 등을 먹어가며 고참의 헌신을 보여줬다. 그 결과 팀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73경기에 나서 팀내 타율 1위(0.309) 타점 1위(38타점) 2루타 1위(17개) 3루타 1위(3개)를 기록하며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KIA의 오승환'이 된 신인 박지훈의 배짱
신인투수 박지훈의 '배짱'은 선 감독이 올해 전반기에 발견한 최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김선빈이나 김원섭은 수 년에 걸쳐 검증받은 주전급 선수들이다. 전반기의 활약이 뛰어났지만 전혀 예상 못했던 바도 아니다.
그러나 박지훈의 등장은 매우 신선하고 고무적이었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올해 신인으로 KIA에 입단한 박지훈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선 감독은 "신인임에도 배짱이 있다. 마치 삼성 시절 오승환을 보는 듯 하다"며 박지훈을 평가했다.
그런 박지훈에게 선 감독은 파격적으로 시즌 초반부터 필승계투조의 임무를 맡았다. 4월 한 달간 7경기에 나가 6⅓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한 박지훈은 5월에는 11경기(21⅔)를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66에 2승 4홀드를 달성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비록 6월 이후 체력적인 한계를 보이며 평균자책점이 다소 늘어났지만, 박지훈은 여전히 KIA의 강력한 필승카드 불펜이다. 전반기 33경기(46⅔이닝)에 나와 평균자책점 3.09에 2승2패 2세이브9홀드를 기록했는데, 후반기에 평균자책점을 2점대로 낮추고 홀드수를 늘린다면 신인왕 후보로서도 손색이 없을 전망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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