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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골폭죽, 여름을 달군다

by 박상경 기자
◇지난 5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인천 유나이티드 간의 2012년 K-리그 경기에서 서울 공격수 데얀이 인천 골키퍼 유 현을 제치고 득점을 성공 시키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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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꽃은 '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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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망을 출렁이는 그 순간 희비가 엇갈린다. 노력의 성과를 말하는 지표다. 거짓이 없다. 많이 얻으면 얻을수록 좋다. 그라운드가 화려한 '꽃밭'이 되는 순간 함성은 더욱 커진다.

K-리그에 '여름꽃'이 만개하고 있다. 장맛비도 제대로 달아오른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1일과 22일 이틀 간 치러진 K-리그 22라운드 7경기서 총 25골이 터졌다. 성남-경남전이 일찍 치러지면서 한 경기가 덜 치러진게 못내 아쉽다. 올 시즌 한 라운드 최다골(29) 기록이 8경기에서 나온 점을 생각해 보면, 이번 기록도 비슷한 흐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라운드 곳곳에서는 여름 무더위를 날리기에 충분한 명승부가 곳곳에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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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감동이 물결친 한 여름 밤 축제

FC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는 새 역사를 썼다. 서울은 창단 후 최다골차 승리를 거뒀다. 2009년 3월 7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6대1로 제압하면서 기록한 5골차가 기존 최다기록이었다. 당시 원정에 실점까지 있었으나, 이번엔 안방 무실점으로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몬테네그로 특급' 데얀(31)도 이름을 아로새겼다. 후반 득점으로 K-리그 외국인 선수 역대 최다골 기록(104골)과 타이를 이뤘다. 부산 대우(현 부산 아이파크)와 수원 삼성, 성남 일화를 거쳤던 샤샤(세르비아)가 271경기를 뛰면서 기록을 얻었으나, 데얀은 이보다 91경기가 적은 180경기 만에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전남을 6대0으로 잡은 제주도 웃음꽃이 피었다. 1997년 4월 12일 안양LG(현 서울)를 7대1로 잡으면서 세웠던 한 경기 팀 최다골차 승리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전남을 꺾으면서 기록한 5도움도 1999년 8월 28일 안양전 승리(5대2) 이후 처음이었다. 제주의 한 경기 5도움은 K-리그 역대 한 경기 팀 최다도움(6도움) 공동 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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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뒤에는 감동이 물결쳤다. 울산 현대-광주FC전에서는 후반 45분 터진 '올드보이' 곽태휘(31)의 역전 결승골이 울산월드컵경기장을 뒤흔들었다. 오른쪽 골반 근육 부분 파열로 한 달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곽태휘는 0-1 리드를 당하던 상황에서 긴급투입 되어 소방수 역할을 제대로 했다. 같은 시간 포항 스틸야드에서도 최근 투병 중인 부친을 떠나 보낸 노병준(33)이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맞대결에서 역전 결승골을 쏘아 올리면서 눈물의 사부곡을 불렀다. 기록과 감동이 물결친 22라운드였다.

변화가 불러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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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은 어색하다. 생소한 생김새와 분위기는 원래 가진 성격을 쉽게 드러내기 힘들다. 멋쩍은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만남이 이어지고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본 모습이 나오기 마련이다. 환경에 적응하는 셈이다. 한 시즌을 치르는 각 팀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혼돈의 봄을 보낸 K-리그는 매년 여름마다 뜨거웠다. 어색함은 첫 만남으로 족했다. 대부분 상대 전력을 분석하고 대비책을 세운 6월 이후부터는 확실하게 교통정리가 됐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흐름이다. 유독 올 시즌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변화' 때문이다. 팀당 리그 30경기를 치렀던 지난해보다 14경기를 더 치르게 되면서 여유가 없어졌다. 경기 수가 많아지다보니 경고누적과 퇴장, 부상 같은 경기 내적 변수에 쉽게 발목이 잡히게 됐다. 로테이션 시스템도 쉽지가 않다. 16개 팀을 상하위 리그로 쪼개는 스플릿 시스템을 간과하기 힘들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승점을 챙겨 놓아야 후환이 없다. 한 경기도 놓치기 힘든 숨막히는 상황에서 내공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판을 바꿀 만한 카드는 있다. 7월 한 달 간 열린 이적시장을 기회로 삼을 만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틀까지 바꾸기는 힘들다. K-리그의 한 지도자는 "리그 경기 수는 많아졌지만, 한 곳으로 집중이 되다보니 대부분 주전과 비주전 격차를 줄이고 스쿼드를 짠 실정이다. 국내파 선수를 쉽게 내줄 수 있는 사정이 아니다"라며 "정말 특출난 외국인 선수를 보강한다면 모를까, 어정쩡한 보강으로 조직력에 균열이 생기면 되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위권과 하위권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잡혔다. 그러나 중위권은 여전히 혼탁하다. 6위 포항(승점 34)부터 10위 성남(승점 26)까지의 승점차는 8점. 2~3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여지가 있다. 상하위리그 분기점에 걸쳐 있는 이들의 싸움이 앞으로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플릿 시스템 시행 전부터 예상이 됐던 풍경이다. 우승에 도전하는 상위리그와 강등을 피해야 하는 하위리그의 무게감은 크다. 단순하게 리그가 갈라지는 상황만으로도 심리적인 영향이 만만치 않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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