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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스타플레이어 출신'에서 '감독'으로 변화

by 이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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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포항 감독(44)이 변하고 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에서 '감독' 황선홍으로 바뀌고 있다. 22일 홈에서 열린 인천전에서 그 변화가 감지됐다. 포항은 인천에 선제골을 내주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기어이 동점을 만들더니 경기 종료 직전 노병준의 역전골로 승점 3점을 챙겼다. 노병준의 골이 들어가던 순간 황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얼싸안았다. 그 어떤 승리보다도 값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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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은 성공하기 쉽지 않다

2008년 부산을 맡아 새내기 감독이 됐을 때 주위의 기대는 컸다.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 출신이라는 후광이 있었다. 어디를 가나 황 감독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축구계에 파다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이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속설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부산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뒤 우승컵을 단 하나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부산에서의 성적도 그리 신통치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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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현역시절 자신이 뛰었던 포항으로 둥지를 옮겼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곳저곳 칭찬이었다. 그런데 울산과의 플레이오프가 문제였다. 시종일관 울산을 압도했지만 골이 터지지 않았다. 0대1로 졌다. 칭찬은 악평으로 바뀌었다.

2012년 황 감독은 더 큰 위기에 빠졌다. 공격진들이 집단 부진에 빠졌다. '아시아 최고 스트라이커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황 감독을 더욱 옥죄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K-리그에서도 상위 스플릿과 하위 스플릿을 나누는 언저리인 8위권을 맴돌았다. 고민에 황 감독은 머리가 빠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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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발견하다

부진 탈출의 왕도는 없었다. '믿음'뿐이었다. 축구는 선수들이 한다는 것을 믿기로 했다. 외부 인터뷰에서 황 감독은 언제나 '믿음'을 이야기했다. 선수들이 못할 때도 "모든 것은 감독인 나의 책임이다. 선수들이 잘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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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믿음이 아니었다. 실제로 선수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살갑게 말을 못하는 성격 탓에 용병술로 얘기했다. 시즌 초반 선수들이 부진하자 과감하게 신인급 선수들을 기용했다. 그 결과 이명주와 신진호라는 걸출한 신인급 선수들을 길러낼 수 있었다.

22일 인천전 후반 14분 페널티킥 상황에서 황 감독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포항은 올 시즌 유독 페널티킥과 악연이다. 지난 4월 14일 제주전(2대3 패)에서 득점 1위를 질주하던 지쿠가 페널티킥을 놓쳤다. 2일 감바 오사카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도 아사모아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조란이 놓쳤다. 다행히 2대0으로 승리해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좀처럼 페널티킥 골이 터지지 않는다. 6월 14일 인천전(1대1 무)에선 아사모아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신형민이 실패했다. 27일 울산전(1대3 패)에서도 노병준이 김영광의 벽을 넘지 못했다. 포항은 이번 시즌 페널티킥 최다 실축팀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페널티킥을 얻자 황 감독은 '1번 키커' 신형민에게 찰 것을 지시했다. 신형민은 자신없어했지만 황 감독은 믿음을 가지고 밀어붙였다. 그동안 페널티킥 연습에서 흘린 땀을 믿으라고 했다. 신형민은 멋지게 페널티킥골을 만들었다. 역전승의 발판이었다.

용병술에 눈뜨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용병술이었다. 경기 중 감독이 쥐고 있는 카드는 단 3장이다. 3장으로 경기를 바꾸어야 한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평소 선수들을 잘 지켜보고 그의 능력을 적시적소에 활용해야 한다. 황 감독은 인천전에서 후반 들어 박성호 노병준 김선우를 차례로 투입했다. 가장 먼저 투입된 박성호는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노병준과 김선우는 역전골의 주인공이었다. 경기 종료 직전 김선우가 헤딩으로 떨구어준 볼을 노병준이 왼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황 감독은 노병준에게서 '열망'을 보았다. 노병준은 6일 자신의 아버지를 하늘로 떠나보내고 난 뒤 첫 출전이었다. 골을 하늘에 바치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 마음을 보고 후반 교체 투입했다. 김선우에게서는 '땀'을 보았다. 김선우는 지난해 여름 포항으로 이적했다. 그동안 2군에서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황 감독은 김선우가 흘린 땀을 믿었다.

물론 황 감독이 가야할 길은 많이 남았다. 이제 6위로 올라섰을 뿐이다. 상위 스플릿이 시작되기 전에 선두권과의 격차를 줄여놓아야 한다. 마지막 남은 퍼즐은 '외국인 선수'들이다. 야심차게 영입했던 지쿠는 시즌 초반 반짝한 뒤 그 빛을 잃었다. 한국 무대 2년차 아사모아는 기복이 심하다. 중앙 수비수 조란은 뒷공간이 느리다는 약점이 있다이들의 문제를 잘 풀어야만 한다. 부진한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해결책만 들고 나온다면 황 감독은 한 번 더 지도자로서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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