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련한 마음이다."
롯데 홍성흔에게 이번 올스타전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하필, 베스트10 후보로 '절친' 삼성 이승엽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 중 어느 누가 떨어져도 팬들의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롯데팬들의 지지를 얻은 홍성흔이 올스타전 무대를 밟게 됐다. 하지만 "예년과 같은 즐거운 마음으로 올스타전을 준비할 수는 없었다"는게 홍성흔의 솔직한 고백이다.
롯데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이스턴리그의 승리를 막을 내린 2012 프로야구 올스타전. 새로운 스타 황재균(롯데)의 탄생과 홈런레이스에서 괴력을 보여준 김태균(한화) 등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한 장면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올스타전 이벤트' 하면 자동으로 생각나는 사람, 홍성흔이 어떤 이벤트도 선보이지 않고 조용히 경기를 치렀다는 점이다. 매년 올스타전에서 팬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퍼포먼스로 즐거움을 선사했던 홍성흔이기에 많은 팬들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 사실.
한화와의 원정 3연전을 위해 올스타전이 열렸던 대전을 다시 찾은 홍성흔은 "정말 많은 고심을 했다. 내 이벤트가 팬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무슨 뜻일까.
사실 홍성흔은 경기 전날까지 다양한 이벤트와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홍성흔은 항상 "프로 선수는 팬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 중 팬서비스에 대해서는 둘째 가라면 서럽다. 사실 올스타전 경기에서 선발투수인 유먼이 입은 '양승호감, 하트' 유니폼의 임자도 홍성흔이었다. 넥센 마스코트인 턱돌이와도 이미 퍼포먼스에 대한 의견 조율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경기 전날 잠자리에 들며 '이번 올스타전은 묵묵히 경기에만 집중하자'고 다짐했다. 이 역시 팬들 때문이었다. 홍성흔은 "많은 분들이 정말 진지하게 조언을 해주셨다. 이벤트를 보고 싶어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많은 분들이 '이번 올스타전은 경기에만 집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결국 아무리 소소한 이벤트라도 팬들이 원해야 의미가 있다는 뜻. 팬들은 롯데 선수들이 베스트10을 휩쓸어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간판 선수인 홍성흔이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여론이 더욱 악화될 것을 걱정한 것이다. 홍성흔도 이런 팬들의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것이었다.
홍성흔은 "사연이 어찌됐든 팬들께서 뽑아주신 영광스러운 무대에 섰기 때문에 그라운드 위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딸 화리양, 아들 화철군과 그라운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진지하게 설명을 이어가던 홍성흔. 역시 그의 입담은 어디 가질 않았다. 홍성흔은 인터뷰 말미에 "그런데 홈런레이스는 두고두고 아쉽다. 오늘(23일) 타격 훈련을 하는데 내가 친 타구들이 외야 펜스를 훌쩍 넘어가더라. 후배들이 '형이 나갔으면 최소 2등은 했을 것'이라고 계속 말을해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며 밝게 웃었다. 홍성흔은 갈비뼈 부상 악화가 염려돼 홈런레이스 참가 티켓을 삼성 진갑용에게 넘겨준 바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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