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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의 올림픽] 1988년 세계를 들어올린 헤라클레스

by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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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 선보이는 모든 종목들이 고통 없이 이룰 수 없는 결과물들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자신의 몸무게보다 3배 이상 가량 되는 무거운 역기를 들어 올리는 역도 선수들을 보면 가장 안쓰럽고 불안한 마음이 들게 된다. 혹시 들다가 잘못해서 넘어져서 바벨에 깔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괜한 기우가 들기도 한다. 모든 종목의 선수들 중에서 역도 선수들만큼 자신의 신체에서 비롯되는 고통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선수들도 없을 것이다. 바벨을 자신의 머리로 들어올리기 직전의 비장한 표정에서 들어 올리고 나서 정해진 규정시간을 버티는 그 순간까지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볼 때마다 함께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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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서도 역기 운동을 하다가 바벨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순간 내려놓게 되면 헬스장은 이내 바벨이 바닥에 부딪히는 파열음과 더불어 한바탕 아수라장으로 변하게 된다. 역기를 들어 올리는 것은 언제나 고통이 수반된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역경의 연속이다. 하지만 자신의 몸무게의 3배 이상이나 되는 바벨의 무게를 계속 늘리면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인적인 괴력의 사나이가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등장하였다.

대회 4일차이던 9월 20일 늦은 밤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선 남자 역도 60kg급 결선이 진행되고 있었다. 유력한 우승후보는 단연 터키의 나임 술레이마놀루였다. 단단해 보이는 체구에 곱상한 외모를 지닌 술레이마놀루는 인상 1차 시기에서 145kg을 들어올려 올림픽신기록(종전 130kg)을 가볍게 넘어선 그는 2차 시기부터 본격적인 세계 신기록 경신행진에 들어간다. 이미 금메달은 확보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전 세계인의 관심은 과연 술레이마놀루가 어느 정도까지 들어 올릴 것인가에 쏠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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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2차 시기에서 150.5kg을 들어 올려 세계신기록(종전 150kg)을 수립한 그는 3차 시기에서 또 다시 152.5kg을 들어 올려 순식간에 세계신기록을 2.5kg나 경신하였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그의 기록 행진은 용상에서 진행된다. 용상 1차 시기에서 175kg을 들어올려 올림픽 신기록(종전 160kg)을 수립한 후 2차 시기에서는 순식간에 13.5kg을 늘린 188.5kg에 도전한다. 모두들 숨죽이고 술레이마놀루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였다. 그는 2차 시기도 성공시키면서 단숨에 세계 신기록을 경신한다. 역도 체육관안의 관중들은 경탄을 금할 수 없었고, 중계하던 캐스터와 해설자도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런데 술레이마놀루는 멈추지 않고 3차 시기 190kg에 도전한다. 그는 3차 시기까지 성공시키면서 세계를 경악시킨다. 또 다시 세계신기록을 연거푸 넘어선 것이다.

술레이마놀루의 원래 본명은 술레이마노프였고, 그의 조국은 원래 불가리아였다. 어릴 적부터 체계적인 엘리트 교육코스를 밟은 그의 역도인생은 순탄하게 흘러갔다. 그러나 1984년 불가리아 정부가 소수민족 동화정책을 펴면서 터키어 사용을 금지하고 창씨개명을 강요하자 그는 1986년 11월 멜버른 월드컵 대회 도중 팀을 이탈, 터기에 망명을 신청하였다. 터키 정부는 그에게 여섯 채의 집을 제공하고, 터키 수상의 양자로 입적시키는 등 초호화 대우를 제공하였다. 또한 불가리아 정부와 비밀협상을 통해 100만 달러를 제공하고, 그에게 족쇄처럼 채워졌던 국제대회 출전금지를 해제시키는 행정수완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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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레이마놀루에게 1988년 서울 올림픽은 그 누구보다도 절실한 무대였다. 자신을 등지게 한 불가리아를 향해 자신의 가치를 어필하기 위해서 그는 자신의 무게보다 3배가 더 나가는 역기를 들어 올리면서 새로운 조국 터키의 자존심을 세우는 동시에 전 세계를 들어올렸다. 조그마한 체구에서 나오는 괴력에 당시 TV중계를 통해 그 장면을 지켜본 필자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역대 올림픽 역도 대회 사상 그렇게 경이로움을 느꼈던 적은 없었다. 인간의 능력과 잠재력은 정말 무한대에 있음을 느끼게 해준 '헤라클레스' 슐레이마놀루였다. <양형진 객원기자, 나루세의 不老句(http://blog.naver.com/yhj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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