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외국인투수 벤자민 주키치가 난데없이 김기태 감독에게 10만원을 선물했다.
28일 인천 문학구장. 경기전 김기태 감독이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전날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10승째를 따낸 주키치가 지나가자 김기태 감독이 불러세웠다. 그리고는 "우리 팀 에이스!"라고 추켜세웠다.
그후 주키치의 행동이 뜻밖이었다. 그저 웃음 한번 짓고 끝일 줄 알았는데, 주키치는 부지런히 라커룸쪽에 다녀오더니 갑자기 5만원권 지폐 두장을 김기태 감독에게 들이밀었다. 일종의 '자진납세'라는 의미였다. 처음엔 주키치가 팀의 에이스 입장에서 민망했다는 의미로 벌금을 낸 것처럼 여겨졌다. 전날 경기에서 5이닝밖에 던지지 못한 게 에이스답지 않았다는 것이다.
잠시후 구단 통역에게 물어본 결과 이유는 따로 있었다. 주키치는 전날 경기 5회에 보크를 한차례 기록했다. 그 타이밍에 너무 격한 반응을 보인 점을 스스로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벌금을 낸 것이다. 지난해부터 LG에서 뛴 주키치는 좋은 기량을 보여줬지만, 한편으론 감정 기복이 심한 성격이다. 평소에도 코치진으로부터 "화를 내면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스스로 무너지는 일이 없어야한다"는 충고를 많이 들었다.
알고보니 주키치는, 이제는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손톱 물어뜯기'를 놓고도 동료 투수인 김광삼과 내기를 건 상태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주키치가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손톱을 물어뜯는 일이 잦은데, 김광삼이 이를 지적할 때마다 1달러씩 적립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김기태 감독은 경기전 "주키치가 가져온 10만원은 직원 시켜서 돌려줬다. 재미있는 선수다"라며 웃었다. 김기태 감독은 주키치와 리즈 등 외국인선수들을 심정적으로 많이 챙겨주는 스타일이다. 김 감독 본인이 과거 일본에서 3년간 코치 연수를 했다. 낯선 외국에서 생활하는 게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김 감독은 주장 이병규에게 "원정경기때 어디 밥먹으러 가면 용병들도 좀 챙겨라" 하고 자주 당부한다.
그러고보면, 주키치가 감독에게 스스럼 없이 10만원을 건네는 광경은 LG에선 그다지 신기할 것도 없다. 분위기 만큼은 상위팀 부럽지 않은 LG다.
인천=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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