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카디프시티)-남태희(레퀴야) 양 날개에 걸린 기대는 제법 컸다.
해외에서 쌓은 경험은 메달 전선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다부진 돌파 능력과 골 결정력 등 그동안 보여준 기량을 잘 펼치면 분명 힘이 될 것으로 보였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1차전부터 두 선수를 좌우 측면 공격수로 배치했다. 김보경과 남태희는 숨겨놓은 필승카드였다.
그러나 겉돌았다. 실수연발이었다. 돌파는 끊겼고, 위치 선정도 어정쩡 했다. 상대 압박에 활로를 만들지 못한 채 역습의 기회만 내줄 뿐이었다. 찬스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볼을 끌고 가다가 끊겨 탄식을 자아냈다. 자신감이 넘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필요한 움직임과 어정쩡한 볼 컨트롤은 전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홍명보호의 제로톱 전술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두 선수가 살아나야 한다. 제로톱의 윙어는 단순히 측면 돌파를 하고 크로스만 올려주는 역할이 아니다. 최전방 공격수와 유기적으로 자리를 바꿔 가면서 상대 수비진을 흔들고, 안으로 파고 들어가 마무리까지 지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공격이 끊긴 상황에서도 상대 선수를 압박하면서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도 필요하다. 김보경과 남태희 모두 이런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침묵했던 멕시코전의 기억은 빨리 떨쳐야 한다.
두 번째 맞상대는 스위스다. 힘과 높이를 기반으로 하는 팀이다. 스피드에서는 다소 문제점이 보인다. 세르단 샤키리(바이에른 뮌헨)와 그라니트 샤카(묀헨글라드바흐)가 제외되면서 공수 양면의 힘이 크게 줄어들었다. 가봉과의 1차전에서 선제골을 얻었으나 스피드를 앞세운 파상공세에 실점하면서 결국 승점 1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가봉은 측면에서 스위스 수비진을 흔들다 공격으로 한 번에 연결되는 패스로 골문을 열었다. 홍명보호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더불어 김보경과 남태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변화가 어느정도 예상된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아스널)과의 연계 플레이를 수정할 수 있다. 멕시코전에서 주로 2대1 패스를 통해 활로를 만들어 갔지만, 뻔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효과를 보지 못한 면이 있다. 김보경과 남태희가 측면을 흔들다 안으로 파고드는 박주영과 구자철을 이용하는 패턴의 공격 전개 방식을 생각해 볼 만하다. 교체 타이밍도 주목된다. 멕시코전 후반 막판 남태희 대신 지동원(선덜랜드)이 자리를 채웠다. 스위스전에서 활로가 보이지 않을 경우, 이 교체 패턴이 좀 더 빨리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승리 외에는 답이 없는 스위스전의 무게를 생각해 봐야 한다. 남태희 대신 지동원이 선발로 들어오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일찌감치 확실한 카드를 소모할 경우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약점을 생각해보면 교체를 통한 변화로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이 더 높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진정한 에이스는 똑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김보경 남태희에게 스위스전은 두 번째 기회다. 이번 만큼은 홍명보 감독의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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