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뭔가 딱 떠오르는게 없다. 하지만 그것도 예전 이야기다. 31일 새벽(한국시각) 1초 동안에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정의가 확실하게 나왔다. 그것도 전세계인이 지켜보는 최고의 축제 올림픽에서 정의를 내렸다. 에페칼을 가지고 최소 네 번의 공격은 할 수 있는 시간. 그것이 바로 1초다.
물론 보통 1초라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시간을 거스르는 1초였을 때만 가능하다. 신아람과 브리타 하이데만(독일)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 경기에서 나온 막판 1초를 의미한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5-5 상황이었다. 연장전에 돌입했다. 1분간의 시간 동안 먼저 점수를 내는 쪽이 이긴다. 에페는 전신을 다 공격할 수 있다. 그 특성상 동시 점수도 인정한다. 이 말은 동시가 아닌 단독 공격이었을 때 승리로 인정한다는 말이다. 자칫 경기가 지리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선권(priority)'가 있다. 경기 전 컴퓨터 추첨을 통해 우선권을 부여한다. 우선권을 가진 선수는 1분 동안 버티면 승리한다.
신아람은 59초간 잘 버텼다. 남은 시간은 1초. 애가 탄 것은 하이데만이었다. 이때부터 시간이 요술을 부렸다. 1초가 2초 혹은 3초처럼 늘어지기 시작했다. 하이데만이 공격했다. 신아람도 반격했다. 함께 포인트를 올렸다. 동시 공격이었다. 그러기를 3번. 남은 시간은 여전히 1초였다. 표기는 1초로 되어있지만 0.99초인지 0.01초가 남았는지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시간 버튼을 누르는 타임키퍼 외에는.
경기가 중단된 사이 갑자기 시계가 0이 됐다. 타임키퍼는 다시 1초로 되돌렸다. 1초라는 시간을 풀로 재충전한 셈이다. 신아람은 억울했다. 경기가 속개됐다. 1초를 남기고 하이데만의 공격이 들어왔다. 두 번의 동작으로 이루어졌다. 두번째 공격이 신아람을 때렸다. 누가 봐도 1초가 넘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출신 주심은 하이데만의 승리를 선언했다. 신아람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 때도 시계는 1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이데만이 승리할 때까지 시간은 멈춰있었다.
심재성 코치는 즉각 항의했다, 한국 시각으로 오전 2시 47분이었다. 집행위원들이 모였다. 30분간 가까이 회의를 가졌다. 3시 15분경 하이데만의 승리를 선언했다. 하이데만은 환호했다. 신아람은 오열했다. 심 코치는 제소 정식 절차를 밟았다. 사유를 쓰고 자료를 첨부했다. 마지막 1초의 시간을 다시 재달라고 청원했다. 집행위원들은 다시 모였다. 격론이 이어졌다.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이미 '심판이 판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뒤집을 수 없다' 였다. 3시 55분경 집행위원들이 무대 위에 있던 신아람에게 가서 자신들의 결론을 설명했다. 또 다시 눈물이 터졌다. 3~4위전을 해야한다고 했다. 심 코치도 더 이상의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억울했지만 수용하기로 했다.
5분 뒤 신아람은 3~4위전에 나섰다. 최선을 다했지만 힘이 없었다. 이날 시상대에서 신아람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런던=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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