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희망의 꽃은 피었다.
아프가니스탄 복싱 대표인 아지말 파이살(22)은 31일(한국시각)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복싱 플라이급 1회전에서 프랑스의 강호 노르딘 우발리에게 9대22로 패했다. 경기 내내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은 파이살은 마지막 3라운드에서 멋진 연타를 터트리는 등 분전했지만 2007년 라이트 플라이급 세계선수권 동메달리스트인 우발리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결과는 중요치 않았다. 조국의 국기를 가슴에 새기고 세계 최고의 무대에 오른 것이 중요했다. 22세의 젊은 청년은 힘든 조국을 위해 마지막까지 주먹을 뻗었다.
올림픽 무대를 밟을때까지 길고 험난했던 여정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근처에 사는 파이살은 올림픽 출전을 꿈으로 훈련을 해왔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훈련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다. 모처럼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을 발견해도 탈레반의 방해로 훈련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가 잦았다. 훈련 비용은 스스로 충당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올림픽의 꿈을 포기할 무렵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이 파이살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AIBA의 지원 덕에 2개월가량 웨일스 수도 카디프의 훈련캠프에서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파이살은 마침내 런던올림픽 무대에 섰다. 카불에서 런던까지의 길고 험난했던 여정에 비해 너무나 짧았던 출전시간이었지만 파이살에게는 소중했다. 강호를 상대로 원없이 싸운 그는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것만도 내겐 승리"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파이살과 격돌한 우발리 역시 "마치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싸웠다"며 상대를 높이 평가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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