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수단이 런던올림픽에서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일일러스트레이티드가 '북한은 남자 역도 62㎏이하 급에서 김은국이 은메달을 가져갈 것'이라고 내놓은 전망과 정반대의 기류로 흐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초반부터 이변이 속출했다. 29일 하루에만 금메달이 두 개 나왔다. 여자 유도 52㎏이하급의 '베테랑' 안금애(32)가 나이를 잊은 맹활약으로 금메달 레이스의 서막을 열었다. 이어 남자 역도 56㎏급 이하에 나선 엄윤철(21)이 세계 정상에 올랐다. 북한이 올림픽에서 하루에 두 개의 금메달을 수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번 달아오른 금메달 레이스는 식을 줄 몰랐다. 30일 북한은 남자 역도 62㎏ 이하급의 김은국(24)이 세계신기록까지 작성하며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따내 세계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북한은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로 31일 오후 6시 현재 메달종합순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금·은·동 모두 2개씩 따내며 6위에 오른 한국보다 두 계단 높은 순위다. 사흘 연속 수영의 박태환(자유형 400m)과 유도의 조준호(66㎏이하), 펜싱의 신아람(에페)이 판정 번복과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한국과 달리 북한이 초반 메달레이스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어 한국과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10-10(금메달 10개 종합순위 10위)'를 목표로 하던 한국은 초반 메달레이스에서 예상만큼 금메달을 따주지 못해 목표달성에 차질을 빚게 됐다.
총 56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북한이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금메달 4개, 동메달 5개)를 넘어 역대 최고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화끈한 경기 내용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남자 역도의 엄윤철은 용상에서 자신의 몸무게(56㎏)의 세 배인 168㎏을 번쩍 들어 올려 올림픽신기록을 작성했다. 통상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몸무게 3배가 넘는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지만 북한의 '괴력'은 이마저도 넘어섰다. 김은국의 파워는 더 압도적이었다. 합계 327㎏(인상 153㎏·세계기록, 용상 174㎏)의 세계기록으로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2위와의 격차가 10㎏에 달했다. 북한은 레슬링과 역도에서 메달을 추가해 초반 돌풍을 이어나가겠다는 기세다.
북한이 이번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열리는 첫 종합대회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의 빠른 결속을 위해 이번 올림픽 성적 향상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25일 콜롬비아와의 여자 축구 조별리그에서 터진 인공기 사건(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실수로 전광판에 인공기 대신 태극기와 함께 선수가 소개된것)이 선수들의 투지를 더 불태우는 계기가 됐다. 북한은 개막식에서도 이례적으로 대형 인공기를 들고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선수들은 경기 후 소감마다 김정은의 이름을 거론하며 "보답하는 의미로 최선을 다했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의 선전으로 한국과의 메달레이스 경쟁도 흥미로워졌다. 한국이 북한보다 낮은 순위에 랭크된 적은 북한이 처음 하계올림픽에 출전한 1972년 뮌헨올림픽이 유일하다. 당시 한국은 은메달 1개로 33위에 머무른 반면 북한은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로 22위에 올랐다. 이후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19위에 오르며 북한(21위)을 넘어선 뒤 동시 출전한 하계 올림픽에서 한 번도 순위에서 밀린 적이 없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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