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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김재범 아이러니' 부상에도 기술은 더 화려했다

by 하성룡 기자
31일 오후(현지시각) 런던 엑셀런던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유도 81kg이하급 결승에서 김재범이 독일의 비쇼프와 공격하고 있다. 20120731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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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꽃이 골이고 야구의 꽃이 홈런이라면 유도의 꽃은 한판승이다. 매트 위로 상대를 내동댕이 치는 업어치기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한판승 사나이'는 유도 금메달리스트들의 가장 화려하고도 영광스런 수식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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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한 여름 밤의 무더위를 날리 시원한 '한판승 퍼레이드'가 기대됐다. 실제로 남자 유도에서는 한판승이 많이 나왔다. 2008년 베이징대회와 비교하면 남자 73㎏이하급의 한판승 비율이 54.7%에서 45.95%(런던올림픽)로 줄었을 뿐 남자 60㎏이하급(37.2%→57.5%)과 66㎏이하급(37.2%→41.03%)은 늘었다. 그러나 피부로 느끼는 한판승 비율은 그리 높지 않아보인다.

그건 바로 한국 남자 선수들의 부진 때문이다. 특히 금메달 기대주였던 왕기춘(24·포항시청)과 조준호(24·한국마사회)의 경기에서 한판승이 나온 경기가 드물었다. 시원한 승부 없이 지지부진한 연장 혈투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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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81㎏ 이하급의 김재범(27·한국마사회)의 경기도 비슷한 흐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김재범의 별명은 '미스터 파이브 미닛(5분)'이다. 기술보다는 힘과 체력을 앞세우기 때문에 평소에도 늘 5분간의 경기 시간을 모두 채운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대표적이다. 매 라운드마다 연장 접전을 펼치다보니 결승까지 5경기에서 25분 17초가 걸렸다. 반면 60㎏에서 5경기를 모두 한판승으로 장식한 최민호(32·한국마사회)의 경기 시간은 단 7분40초였다.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올레 비쇼프(33·독일)에게 패한 것도 준결승에서 연장승부를 벌이느라 체력을 많이 소진했기 때문이다.

예상은 빗나갔다. 런던에서는 달랐다. 결승까지 5경기에서 연장승부는 한 차례도 없었다. 한판승도 없었지만 매경기마다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연출했다. '기술'이 좋은 여느 선수들의 경기보다 짜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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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체력의 유도를 하던 '괴물' 김재범이 투박한 유도에서 벗어나 기술 유도를 장착한 결과다. 4년전 패배를 맛봤던 그는 절치부심한 끝에 주특기인 안다리후리기, 허벅다리 걸기 등 다리 기술 이외에 손기술인 업어치기를 연마했다. 부상으로 한 팔과 한 다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어 한 팔로 유도하는 방법을 몸에 익혔다. 한 팔 업어치기는 그가 부상 부위에 통증을 덜 주면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자 '비장의 무기'였다. 힘을 앞세운 경기를 할 것이라 예상하고 나온 상대들은 모두 당황했다. 손기술을 구사하는 그는 베이징의 은메달리스트 김재범이 아니었다.

'기술 유도'를 장착한 김재범은 런던에서 세마리 토끼를 잡았다. 4년전 패배를 안겼던 비쇼프를 완벽하게 꺾고 은메달의 한을 풀었다. 자신의 주특기인 힘과 체력에 기술을 보탠 결과 금메달은 물론 부상투혼으로 인한 진한 감동을 안겼다. 지루했던 경기 대신 흥미진진한 5분(경기 시간)을 선사한 것은 보너스였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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