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팬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한국 축구는 재미없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봐봐. 엄청나게 빠르잖아."
박지성(QPR) 이청용(볼턴) 지동원(선덜랜드) 등이 등장하며 EPL은 국민리그가 됐다. 한국 선수들의 빼어난 활약도 있었지만, 쉴새없이 이어지는 압박과 농구를 방불케 하는 빠른 공수전환은 국내팬들을 매료시켰다. 무엇보다 엄청나게 빠른 템포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 비해 EPL이 더욱 인기를 끄는 요소였다. EPL로 눈높이가 높아진 국내팬들은 상대적으로 느린 한국 축구를 보며 아쉬운 마음을 보냈다.
그러나 2012년 런던올림픽에 나선 홍명보호는 다르다. EPL팀 못지 않은 하이템포 경기를 펼치고 있다. 박주영(아스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전방부터 과감한 압박을 계속하고, 기성용을 중심으로 빠른 패스가 쉴새 없이 나간다. 가봉 후반전에서 체력저하로 다소 템포가 떨어졌지만, 그 전까지 보여준 홍명보호의 경기력은 기존 대표팀을 뛰어넘는 놀라운 템포였다. 대회 전 다크호스로 평가받던 멕시코, 스위스가 한국의 경기력에 나가떨어질 정도였다.
예선전에서 보여준 홍명보호는 다소 정적인 팀이었다. 수비에 초점을 맞춘 뒤 역습을 펼치는 것이 주루트였지만, 그 속도면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속도가 더디다보니 인플레이보다는 세트피스 등에 의존해야 했다. 예선전에서 화끈한 경기를 펼치지 못한 이유다. 그러나 본선을 앞두고 개인기량이 좋은 해외파가 합류하며 달라졌다. 기성용 구자철 박주영 김보경(카디프) 남태희(레퀴야) 등 볼키핑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전방과 중원에 포진됐다. 상대의 압박에도 당황하지 않고 경기를 풀어나갔다.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물을 먹은 기성용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기성용의 침투패스는 질이 달랐다. 기존의 한국 중앙 미드필더들이 측면쪽 위주로 패스를 전개했다면, 기성용은 중앙으로 과감히 찔어넣었다. 속도나 정확도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패스였다. 전방에서 보다 빠르게 볼을 잡을 수 있다보니 공격 전개 속도가 빨라졌다. 물론 골까지 연결하는 마무리면에서 매끄럽지 못했다. 하지만 과정에서 보여준 속도만큼은 EPL팀 못지 않았다.
한국식 템포 게임은 조별리그를 무난히 통과했다. 8강 상대는 진짜 EPL식 템포를 보여줄 수 있는 영국단일팀이다. 과연 한국의 젊은 태극전사들이 축구 종가를 맞아서도 경기를 지배할 수 있을지. 8강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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