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선발 할 수 있냐고 해도 싫다고 하더니…."
'환골탈태'한 바티스타를 바라보는 한대화 감독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바티스타는 후반기 선발로 전환한 뒤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신했다. 2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0.71. 첫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달 27일 광주 KIA전에서 5⅔이닝 1실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더니, 급기야 2일 잠실 LG전에서 7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다.
전반기엔 볼넷-폭투-난타로 이어지는 패턴 속에 마무리 보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2군에서 조정을 거친 뒤 부담없는 상황에서 등판시켜봤지만, 역시 그대로였다.
이런 바티스타가 선발로 나오자마자 잘 던지니 '왜 진작에 선발로 던지게 안했냐'고 코칭스태프를 성토하는 일부 팬들도 있는 상황. 하지만 정작 속상한 건 한화 코칭스태프다.
바티스타의 선발 전환은 유창식과 양 훈이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한차례 로테이션을 거르는 동안 대체할 선발 자원이 없었다. 마무리도 안 되고, 중간계투도 안 되던 바티스타를 그냥 두기엔 아까웠다. 구위 자체는 믿음직스러웠고, 지난해 이미 선발 전환을 시도했던 터였다.
한 감독은 "작년 8월에도 바티스타에게 선발로 던질 수 있겠냐고 면담을 했었다. 그때 LG전에서 4이닝을 던지면서 체력적으론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입맛을 다셨다. 바티스타는 지난해 8월26일 대전 LG전에서 4이닝 동안 65개의 공을 던지면서 무실점을 기록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바티스타는 선발 전환을 두려워했다.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서 뛰던 2006년 이후 선발로 뛴 적이 없었던 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한 감독은 "바티스타가 그땐 마무리로 잘 던지고 있으니까 선발하기 싫었지. 내년엔 가능하냐고 하니까 그것도 힘들 것 같다고 하더라고"라며 웃었다.
'절실함'의 차이도 큰 요인이라고 했다. 한 감독은 "아마 본인도 느꼈을 것이다. 마무리도 안 되고, 중간도 안 되고. 마지막으로 온 기회라고 생각하니 절실할 수 밖에 없겠지"라고 말했다. 그래도 바티스타에 대한 믿음이 생긴 듯 했다. 이내 "이런 식으로만 던져주면투구수 늘리는 건 문제없을 것 같다. 계속 선발로 던져야지"라고 덧붙였다.
바티스타 본인도 자신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팀에 대한 고마움이 컸다. 3일 대전 SK전을 앞두고 만난 바티스타는 "내가 이렇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는데도 감독님이 기회를 계속 주셨다. 내 본 모습을 찾게 하려고 해주신 걸 잘 안다"며 "진심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은 통역과 정신적인 상담을 해주는 멘탈 코치 등 팀에서 정말 큰 신경을 써준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선발' 바티스타는 어떨까. 바티스타는 "투구수 100개도 문제없다. 어제도 충분히 던질 수 있었다"며 "나도 선발로서 어떤 모습을 보일 지 궁금하다. 팀에 감사한 모든 이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며 웃었다.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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