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기분이 너무 좋아, 날아갈 것같아!" 여자펜싱 플뢰레 대표팀의 막내 오하나(27·성남시청)가 폴짝 뛰어올랐다. 3일(한국시각) 런던올림픽 여자펜싱 플뢰레 단체전 3-4위전에서 프랑스를 45대32로 완파하고 동메달을 따낸 직후다. 한국 펜싱 사상 최초의 단체전 올림픽 메달이다. 개인전에서 메달을 놓치고 마음고생이 심했던 남현희(31·성남시청)가 최명진 여자펜싱 코치와 뜨겁게 포옹했다. 전희숙(28·서울시청), 정길옥(32·강원도청) 등 선수들이 어깨동무를 한 채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였다. 경기장을 빠져나오자마자 이내 야구모자를 쓴 노신사를 향해 신나게 달려갔다. 얼싸안으며 기뻐하는 모습이 부녀지간처럼 다정했다. 대한펜싱협회장을 맡고 있는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었다.
손 회장은 동메달을 목에 걸기가 무섭게 화끈한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기꺼이 사비를 털었다. 여자대표팀 코칭스태프 ,선수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어깨를 두드리며 현장에서 금일봉을 전달했다. '스포츠 마니아'인 손 회장은 대단히 열정적이다. 펜싱 경기가 열리던 첫날부터 줄곧 런던 액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매일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분투하는 선수들을 현장에서 응원하고 격려했다. 한국 펜싱 사상 첫 단체전 동메달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선수들은 '회장님'의 진심을 누구보다 잘 안다. 선수들 하나하나와의 스킨십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랭킹포인트를 쌓기 위해 필요한 월드컵 출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럼강국으로의 해외전지훈련을 적극 지원했다. 2020년을 목표로 장기 비전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선수들을 지원했다. 런던올림픽에 나서기 직전 손 회장은 남녀 선수 17명 전원을 워커힐호텔에 초대했다. 각자 런던올림픽의 목표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의 목표를 또렷하게 밝히면서, 저마다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손 회장은 '신아람 오심 사건'이 오히려 펜싱대표팀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픔이 왔을 때 주저앉지 않고, 뚫어내는 힘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안타까운 오심 후 주저앉지 않고더욱 힘을 냈다. 1일 최병철의 플뢰레 동메달을 시작으로 2일 김지연의 사브르 금메달과 정진선의 에페 동메달, 3일 여자단체전 프뢰레 동메달에 이르기까지 실력으로 아픔을 털어냈다.
"한국 펜싱은 이제 세계 4강이다. 우리는 어떤 위기가 와도 흔들리지 않고 더 강해지는 레벨에 이르렀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신아람 오심 사건'에 대해서는 "국제펜싱연맹으로부터 설명을 들었지만 나는 이해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적극적으로 선수 편에 섰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고 향후 개선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국제펜싱연맹이 대한체육회에 제안한 신아람의 '특별상'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그건 전적으로 선수에게 달렸다"고 했다. 오심 피해 당사자인 선수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는 '정답'을 말했다. "선수가 받고 싶으면 받고, 받기 싫으면 안받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선수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귀국 후 선수의 명예회복을 위해 펜싱협회 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선수를 귀하게 여기는 회장님에게 선수들은 유럽의 중심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3개, 역대 최고 성적으로 보답했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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