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은 고독한 자리다. 환희든, 눈물이든 홀로 감당해야 한다.
2년 전이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의 4강전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연장 종료 직전 골키퍼를 김승규(울산)에서 이범영(부산)으로 교체했다. 승부차기를 예상한 승부수였다. 그러나 홍명보흐는 이범영이 들어간 후 통한의 골을 허용,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24년 만의 금메달 탈환 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비난이 쏟아졌다. 왜 이범영이냐는 볼멘 목소리가 터졌다. 홍 감독은 "마지막에 골키퍼를 바꾼 것은 페널티킥을 대비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내 실수가 아닌가 싶다"며 온몸으로 모든 화살을 맞았다. 홍 감독은 원래 누구 탓을 하지 않는다. 패인은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내 탓이오'였다.
그러나 골키퍼 교체는 패착이 아니었다. 홍 감독은 사령탑의 위치에서 결승 진출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이범영은 최상의 카드였다. 김승규보다 한 살 많은 그는 승부차기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2009년 소속팀인 부산을 컵대회 4강에 올려놓은 주인공이 이범영이다. 성남과의 8강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교체 투입돼 승부차기에서 5-4 승리를 이끌었다. 2010년에도 K-리그 득점왕 유병수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등 '승부차기 스페셜리스트'로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그 때의 좌절은 2012년 런던올림픽을 위한 아픔이었다. 정성룡이 후반 초반 불의의 부상으로 후반 17분 교체됐다. 이범영이 투입됐다. 운명의 장난처럼 120분 연장 혈투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차기에 들어가는 순간 이범영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 한을 풀었다. 영국의 선축으로 승부차기가 시작됐다. 램지(아스널)→클레베리(맨유)→도슨(웨스트브로미치)→긱스(맨유)가 골을 성공시켰다. 한국도 구자철 백성동 황석호 박종우가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4-4. 영국은 마지막 키커로 스터리지(첼시)를 내세웠다. 그의 왼발 슛은 이범영의 손에 걸렸다. 선방했다. 마지막 키커로 나선 기성용이 마침표를 찍으며 올림픽 사상 첫 4강 신화의 역사를 썼다. 2년 전 이범영은 역전이었다. 2012년 그는 영웅이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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