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축구의 숙적이 일본이라면, 여자 핸드볼은 노르웨이다.
노르웨이는 '우생순'의 서막이자 눈물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2연패를 달성할 때는 좋은 기억이었다. 두 번 다 노르웨이와 결승에서 만났고, 결과는 승리였다. 한국 여자 핸드볼이 세계 무대로 도약하는데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준 승부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노르웨이는 번번이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표정이 엇갈렸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노르웨이에 1골차로 패하면서 노메달에 그쳤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전에서는 경기종료 부저가 울린 순간 노르웨이 선수가 던진 슛이 골라인을 넘지 않았음에도 득점으로 인정되는 '오심'으로 눈물을 흘렸다.
두 팀은 4년 만에 같은 자리에서 다시 만났다. 예선에서 명승부 끝에 제 갈 길을 갔으나, 금메달 문턱에서 또 마주쳤다. 한국은 국제핸드볼연맹(IHF) 여자 랭킹 2위 러시아를 격파하면서 준결승에 올랐고, 노르웨이는 예선 A조 1위 브라질을 잡고 준결승행에 성공했다. 8강 대진이 나올 때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승부였다.
객관적인 전력은 한 수 위다. 지난해 브라질세계선수권 우승팀이자 유럽선수권 4연패 등 화려한 전적을 자랑한다. 평균신장 1m76으로 한국과 4cm 정도 차이가 난다. 힘과 돌파력, 조직력 대부분의 면에서 우수한 기량을 자랑한다. 예선에서도 상승세를 타던 한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활약했던 카롤린 브레이방과 카트린 헤랄드센, 린-크리스틴 코렌, 괴릴 스노뢰겐, 카리 알비크 등 베테랑 선수들이 대부분 포진해 있다. 코렌이 확실한 득점원이지만, 조직력에 좀 더 비중을 두는 스타일이다.
해볼 만한 승부다. 러시아와의 8강전에서 노르웨이 격파의 패법을 찾았다. 한국은 평균신장 1m79의 러시아를 상대로 속공과 협력수비를 바탕으로 초반 공세에 나서 일찌감치 점수차를 벌렸다. 상대 피봇플레이와 중거리포에 실점하기도 했으나, 리드를 놓치지 않으면서 승리를 안았다. 예선전에서 한 차례 맞붙은 경험이 있었던 노르웨이도 대비를 하고 나올 것으로 예상되나, 이번 대회서 보여준 전력과 러시아전에서 얻은 상승세와 자신감을 앞세우면 결승행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지금은 대표팀의 주축이 된 김온아(인천시체육회)와 김차연(일본 오므론) 최임정(대구시청)은 4년 전 언니들이 코트를 떠나지 못한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던 현장을 함께 했다. 더 이상 '언니들의 졸업식'은 없다. 러시아전에서 '런던 우생순' 1막을 올린 태극낭자들은 눈물과 감동의 2막을 앞두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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