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에서 발생한 '져주기 파문'은 올림픽과 세계 배드민턴 역사상 주요 오점으로 남았다.
고의로 져주기 의혹에 연루된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복식조 4개팀이 무더기 실격처리된 것은 초유의 사건이었다.
져주기 경기를 주도한 중국은 세계랭킹 1위 왕샤올리-유양조가 8강전 진출 자격을 잃는 바람에 금메달을 놓치는가 했지만 살아남은 톈칭-자오윤레이조가 우승한 덕분에 위안을 삼았다.
한국은 세계랭킹 3위 김민정-하정은조과 세계랭킹 8위 정경은-김하나조가 전멸한 바람에 기대했던 메달을 하나도 챙기지 못했다. 특히 한국은 파문에 연루된 4명의 선수와 김문수 코치를 조기 귀국 조치하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져주기 파문'의 후유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종목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결과 일본 좋은 일만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져주기 파문' 덕분에 어부지리로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쓰게 된 것이다. 한국과 역사적인 라이벌인 일본은 배드민턴에서만큼은 한국에 절대적인 약체다.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 박주봉 감독이 일본대표팀을 이끌면서 수준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주요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져주기 파문'으로 최대 수혜자가 됐다. 후지이 미즈키-가기와 레이카조(세계 5위)가 어부지리 수혜의 주인공이다.
후지이 미즈키-가기와 레이카조는 톈칭-자오윤레이조와의 결승에서 0대2로 패하면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일본 배드민턴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최초의 쾌거다.
조별예선에서 B조 2위로 통과한 일본은 8강전에서 덴마크의 크리스티나 페데르센-카밀라 라이테르줄조를 2대0으로 물리치고 준결승에 올랐다.
준결승 상대는 캐나다의 알렉스 브루스-미셸 리였고, 이들에게 3대1로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까지 승승장구했다.
일본의 준결승 상대였던 캐나다조는 A조 최하위(4위)였던데다 세계 27위의 약체였지만 '져주기 파문'으로 인해 8강 진출권을 얻어 준결승까지 올랐다. '져주기 파문'이 아니었다면 중국의 우승후보 왕샤올리-유양조가 준결승에 올라야 했다.
만약 양샤올리-유양조가 A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한국의 김민정-하정은조와 정경은-김하나조 가운데 1팀이 준결승에서 일본을 상대하게 된다.
일본조가 중국과 한국조를 준결승에서 만났더라면 탈락했을 것이라는 게 배드민턴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강력한 '적'들이 줄줄이 실격된 덕분에 꿈에 그리던 결승까지 진출하게 됐다.
스포츠닛폰 등 일본 언론들도 "후지이 미즈키-가기와 레이카조가 세계 1위의 중국조가 실격된 덕분에 준결승에서 약체 캐나다조를 이길 수 있었다"고 시인할 정도였다.
배드민턴에서 감히 한국을 넘보지 못했던 일본은 결국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로, 동메달 1개에 그친 한국을 제치고 자국 배드민턴 역사상 최고 성과를 거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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