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양승호 감독은 12일 광주 KIA전 승리 후 함박웃음을 지었다. TV 중계 카메라에 선명히 잡혔다. "내가 그렇게 밝게 웃었나"라며 자신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지만 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던 KIA와의 2연전을 모두 쓸어담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양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하던 외국인 투수 사도스키에 대한 걱정도 당분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이 말은 즉 사도스키가 다시 한 번 양 감독의 신임을 얻고 기회를 잡게 됐다는 뜻이다.
올시즌 부진을 이어가던 사도스키가 일단 선발 로테이션은 계속 지킬 전망이다. 양 감독은 12일 경기 후 가진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사도스키에게 선발 기회를 더 보장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사도스키는 12일 KIA전에 선발로 등판,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4이닝 3피안타 2볼넷 2실점. 선발로서 실망스러운 결과이기 때문에 양 감독의 발언 배경이 궁금해진다.
사실 사도스키는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질 위기에 처해있었다. 양 감독이 경기 전부터 "이번 경기마저 부진하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었기 때문. 자칫하면 2군에도 내려갈 뻔 했다. 그렇다면 승리를 챙기지 못한 사도스키가 재신임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달라진 구위에 양 감독이 합격점을 내렸다. 사도스키는 이날 4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사도스키는 영리하다. 그리고 한국생활에도 이미 적응을 마친지 오래. 신문 기사 검색까지 직접 하는만큼 자신이 처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던졌다. 직구 최고구속이 152㎞에 이르렀다. 홈팀 KIA의 스피드건에는 155㎞까지 찍혔다고 한다. 4회까지 KIA 타선에 안타 1개 만을 허용했다. 양 감독은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5회였다. 귀신에 씌인 것 처럼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볼넷 2개와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양 감독이 급히 최대성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양 감독은 "다른 경기였으면 몰라도 KIA전의 중요성을 감안했을 때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이어지고 있는 사도스키의 '5회 징크스'다. 좀처럼 승리를 따내지 못하자 승리요건을 갖출 수 있는 마지막 이닝인 5회만 되면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것이다. 사도스키 뿐 아니라 송승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송승준은 지난 5일 삼성전에서 이 징크스를 이겨내며 2연승을 달렸다. 이런 징크스에 시달리는 것도 결국 투수의 실력이다. 하지만 양 감독은 이런 심리적인 문제는 딱 한 경기만 잘 폴어내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래서 양 감독은 '채찍'보다는 '당근'을 선택했다. 5회를 마친 후 클리닝타임 때 사도스키를 따로 불렀다. 양 감독은 사도스키에게 "오늘 공은 정말 좋았다. 다음 경기에도 너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그 때는 5회에 긴장하지 말고 편안하게 던져라.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절대 질책하지 않겠다"라고 약속을 했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 속에 1번 더 기회를 잡은 사도스키. 과연, 다음 선발 경기에서는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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